열차에 날아든 쇳덩어리 정체 '오리무중'…철도 부품은 아닌 듯
경찰, 쇳덩어리 용도·제조처 파악 주력…현장에 CCTV 없어 수사 난항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운행 중인 열차에 난데없이 쇳덩어리가 날아들어 유리창이 깨지고 승객들이 다친 사건이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경찰이 사건 경위 파악에 힘을 쏟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사건 발생 이틀째인 31일에도 참고인들을 소환해 날아든 쇳덩어리의 정체와 용도, 달리는 열차와 충돌하게 된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선로 주변에 CCTV가 없는 탓에 사건 경위를 유추할 만한 단서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도사법경찰대는 전날 코레일 관계자들을 불러 참고인조사를 하며 이 쇳덩어리가 열차의 부품이거나 철도시설에 사용되는 물품인지를 확인했지만, 가능성이 적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레일 직원들은 참고인조사에서 "이 쇳덩어리는 철도 관련 부품이 아닌 것 같다"며 "어디에 쓰이는 쇳덩어리인지도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인근을 지나던 트럭이나 화물열차에서 떨어진 쇳덩어리가 선로 주변에 있다가 튀어 올랐을 가능성과 누군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선로 주변에 쇳덩어리를 가져다 놓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에도 선로 주변에 돌덩어리가 떨어져 있다가 열차가 교차 운행할 때 부력으로 튀어 올라 열차 유리창이 파손되는 사고가 간혹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가벼운 돌덩어리와 달리 이번에 열차와 충돌한 쇳덩어리는 무게가 10㎏을 넘고, 크기도 가로·세로 20㎝, 두께 4㎝가량으로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 대형 쇳덩어리가 열차 운행 과정에서 튀어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누군가가 어떤 의도로 현장에 쇳덩어리를 가져다 놓았을 개연성도 있지만 사건 발생 현장에 일반인이 출입하려면 10분가량을 걸어들어와야 한다는 점에서 쉬운 일은 아니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철도사법경찰대 관계자는 "누군가가 쇳덩어리를 가져다 놓았다면 고의로 열차 사고를 노린 것인지 아닌지 등 의도에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 주변에 공사현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쇳덩어리는 송유관과 같은 원통 사이를 잇는 데 사용되는 듯 전체적으로 8각형 판 형태로 중앙은 원형으로 뚫려있다. 모서리 부분은 마모됐고, 전체적으로 많이 부식된 상태다.
경찰은 일단 전문가들을 상대로 쇳덩어리의 용도와 제조공장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철도사법경찰대 관계자는 "쇳덩어리의 제조처와 용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 조언을 받고 인근 고물상과 공사현장 등을 탐문 수사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파악된 것이 별로 없어 수사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30일 오후 1시 50분께 경기도 군포에서 의왕 사이를 운행하던 서울 용산발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에 쇳덩어리 1개가 날아와 2호차 객실 유리(가로 2m, 세로 1m) 1장이 깨졌고, 이 사고로 승객 7명이 유리파편에 맞아 다쳤다.
ye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