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꿀 수가 없다"…대도시에 웅크린 중국 청년들의 절규
바링허우(80后) 세대 학자가 파고든 '슈퍼차이나'의 그늘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베이징에서 크기 100㎡에 가격이 300만 위안(5억원)인 집을 사려면 농민은 당(唐·618~907)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밭을 갈아야 하고, 노동자는 아편전쟁(1840) 때부터 공휴일 없이 일해야 한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의 심각한 주거난을 보여주는 우스갯소리에 유독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 태어나 바링허우(80后)로 불리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태어났으며 1980년부터 시행된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의 대상자이기도 했다.
바링허우를 핵심 소비층이자 유행을 이끄는 세대로 흔히들 묘사하지만, 이는 온전한 진실이 아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에 몸을 웅크린 젊은이들은 거대한 성공의 환호성 속에 시대적 고통이 담겨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자신도 바링허우인 중국의 학자이자 시인 양칭샹(37)이 신간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미래의창 펴냄)에서 전하는 대다수 중국 청년들의 모습이다.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지켜볼 때만 해도 저자는 '대국굴기' 환상에 젖어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런민대에서 문학박사 과정을 마쳤음에도 저자는 '주거낭인' 신세가 됐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마땅한 거처 하나 갖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은 꿈의 좌절, 불안감과 패배감의 만연이다.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인지 한때 고민했다는 저자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 세대 전체가 실패를 마주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책 전반부는 급속한 산업화와 계급 격차의 심화 속에서 물질적 가치만 추구하면서 '역사적인 자아'에는 눈뜨지 못하게 된 바링허우 세대의 오늘을 돌아본다.
인기 소설 '투즈챵의 개인적 비극', 영화 '위대한 개츠비', TV 예능 프로그램 '진심이 아니면 방해하지 마세요' 등 대중 매체 속 젊은이들의 모습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해외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박사학위 후보생,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둥관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등 다양한 바링허우들과 저자가 나눈 대화를 비링허우의 오늘을 생생하게 전한다.
대표적인 바링허우 작가로, 사회 비판적인 발언과 작품으로 주목받는 궈징밍과 한한을 날카롭게 비판한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헬조선'이란 단어로 축약되는 한국 젊은이들의 현실을 곱씹으며 읽게 되는 책이다.
김태성 옮김. 312쪽.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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