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용의자 살살 다루지 말라"…경찰들이 되레 반발
"부당한 공권력 집행 조장…규정따라 처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용의자를 이송하는 동안 "너무 잘 해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가, 오히려 경찰의 반발을 샀다.
경찰들은 대통령이 부당한 공권력 집행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며, 정해진 규정에 따라 범죄자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29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뉴욕 롱아일랜드의 서퍽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 연설이었다.
애초 취지는 미국 내 엘살바도르 갱단 'MS-13'과 싸우는 경찰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MS-13 체포를 돕는 출입국 관리관의 증원이 필요하다며 그들에게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Please don't be too nice)"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을 비롯해 국제경찰장협회(IACP), 경찰재단 등 경찰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찰재단의 스티브 소보로프 민간위원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대통령의 권고는 LA경찰국의 지침과 다르다"며 "그건 요즘 치안 유지활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 서퍽경찰국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후 2시간도 안 돼 트위터를 통해 "서퍽경찰국은 범죄자들을 난폭하게 다루지 않으며, 난폭하게 다루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퍽경찰국은 또 "범죄자들을 다루는 엄격한 규칙과 절차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규칙을 위반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다뤄진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은 성명에서 "뉴욕경찰국의 훈련 및 경찰력 집행 정책은 범죄자와 체포, 이송할 때 오직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오닐 국장은 "경찰관이 경찰력을 집행할 때 합리적이고 필요한 수준 이상의 기준 적용을 제안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전문가답지 못하다"며 "대중과 법 집행관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로리다주 게인즈빌경찰국 벤 토비아스 대변인이 올린 "나는 경찰이다" 트윗은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를 지지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부끄럽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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