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중국 분쟁해역 자원공동탐사에 아세안 파열음 조짐
(서울=연합뉴스) 김권용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공동 자원개발을 추진하면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9일 관측통들을 인용, 아세안의 일부 회원국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공동자원개발 구상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들 관측통은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경제 부문에서 친중(親中) 행보를 강화하면서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 내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필리핀이 다음주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 회의에서 회원국들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공동자원개발 구상을 공개하고 양해를 구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나온 진단이어서 주목된다.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도 회원국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두테르테 대통령이 평화와 안정을 전제로 내세운 만큼 필리핀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체 회원국들과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받아냈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통상·투자 등을 끌어들이는 대가로 친중 행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필리핀의 구애를 반기며 양국관계는 밀월관계에 접어든 형국이다.
중국은 특히 공동 자원개발 구상과 관련해서는 다른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이 따라야 할 모델이 될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의 잇단 친중 행보에 아세안의 결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관측통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공동 자원개발구상이 내주 열리는 아세안 회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내분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아세안 동료 회원국 베트남의 입장은 강경하다.
베트남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의 팜 하이 리엔 연구원은 베트남은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해결된 이후에야 공동 석유시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은 국제법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며 "베트남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앞서 중국과 어떠한 협력 방안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BBC방송은 베트남이 남중국해 자원탐사에 나섰다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 있는 베트남 군사기지를 공격하겠다는 중국의 위협을 받고 한 달여 만에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해 공박할 수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을 압박해왔다.
kk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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