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美 CDC의 대장균 예방수칙…"채소도 감염 매개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논란이 다소 잠잠해진 모양새다.
한때 소셜미디어(SNS)에서 '햄버거 공포증'(햄버거포비아)이라는 신조어까지 퍼질 정도였지만, 이제는 햄버거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햄버거병 논란이 있었다고 해서 막연히 햄버거 자체를 못 먹을 음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비단 햄버거뿐만이 아니라 어떤 음식이든 음식의 준비단계에서 위험요인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이런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양질의 패티를 적합하게 조리하고, 위생적으로 준비된 재료들과 함께 사용한다면 햄버거가 아이들의 간식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다만, 이번 햄버거병 논란에서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꼭 기억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위생 관념이다.
특히 식중독은 물론이고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소아에게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O157 대장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장균 감염에 의한 식중독은 요즘 같은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중에서도 O157 대장균은 피가 섞인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특히 어린 아이들의 신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질환과 관련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2003∼2012년 사이 O157 대장균 감염으로 발병한 390건의 사례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이 대장균은 음식에 의한 감염이 65%(255건)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사람 간 접촉 10%(39건), 동물과의 직간접 접촉 10%(39건), 수인성 전염 4%(15건) 등이다.
CDC는 이 논문에서 '간 소고기'가 대장균 감염의 주요 원인이라고 적시했다. 날고기(소고기)는 도축이나 가공 중에 배설물로 오염된 소가죽에 접촉함으로써 오염되는데, 이 날고기를 갈아서 막대한 양의 '간 소고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이 확산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간 소고기를 사용하는 햄버거 패티에 대장균이 오염돼 있고, 조리 시 덜 익혔다면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 기계적으로 부드럽게 한 스테이크의 경우도 표면의 오염이 속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철저히 익히지 않으면 O157균이 번식할 수 있다고 CDC는 지적했다. 따라서 고온으로 충분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 잎줄기 채소 중에서는 양상추(22건)가 가장 큰 감염 원인으로 지목됐다.
O157균은 물을 통해서도 감염됐는데 물놀이에 의한 감염(10건), 식수에 의한 감염(3건) 순으로 많았다.
조사 기간에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사망한 33명 가운데 25명은 식품에 의해 O157균이 감염된 경우였다. 사람끼리의 전염은 5세 미만의 아이가 가장 취약했다. 음식으로 인한 대장균 감염질환의 경우 5∼19세에서 소고기(38%), 유제품(47%)이 대부분의 원인을 차지했다.
반면 채소로 인한 발병은 20∼49세 성인에게서 주로 관찰됐다.
CDC는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대장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권고수칙을 내놨다. 그 수칙은 다음과 같다.
▲ 화장실을 다녀온 후, 기저귀를 간 후, 요리하기 전후, 식사하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는다. 또 동물과 접촉한 뒤에도 손을 깨끗이 씻는다.
▲ 고기를 완전히 익힌다. 간 쇠고기나 부드럽게 처리한 고기는 화씨 160도(섭씨 71도) 이상에서 조리해야 한다.
▲ 생우유, 비살균처리 유제품과 주스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호수, 연못, 개울 및 수영장에서 수영할 때 물을 삼키지 않도록 주의한다.
▲ 생고기를 만진 후에는 손, 조리대, 도마 및 주방기구를 깨끗이 씻어냄으로써 주방에서의 교차 오염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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