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경찰 고위직 인사…'안정 추구' 경향 뚜렷(종합)
경찰청장 이어 서울청장·경찰대학장까지 '박근혜 정부 인물' 3명 유임
검찰 고위직 파격인사와 현격한 차이…수사권 조정에 영향 여부 주목
영남 출신 치안정감 2명 모두 PK…'TK의 몰락' 현상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6일 발표된 경찰 치안정감 내정 인사를 살펴보면 정부가 치안 책임자 인선에 '안정'을 중요시했음이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는 데 이어 역시 '박근혜 정부 인물'인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과 서범수 경찰대학장까지 유임됐다는 점이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는 새 정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와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정부는 고검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내리고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3기)를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 초반부터 확고한 검찰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그에 앞서서는 사정기관을 총지휘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비법조인 출신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임명하면서 청와대-검찰 간 유착 비판을 받은 이전 정부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정치에 줄대기한 일부 정치검찰 모습이 있다면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 점을 봐도 검찰 조직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반면 검찰과 마찬가지로 '권력기관 개혁' 대상에 포함된 경찰에 대해서는 이번 인사에서 보듯 강력한 인적쇄신 드라이브는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 운영의 연속성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철성 청장 유임 배경에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어진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를 큰 문제 없이 관리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 집회관리 책임자였던 김 서울청장에게도 그런 평가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두 사람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되긴 했으나 새 정부의 치안 기조를 구현하는 데 무리가 없고, 14만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인 경찰을 급격히 흔들기보다는 당분간 안정체제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서울청장의 경우 충청 출신이라는 점도 유임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경찰 고위직 인사는 출신지역과 경찰 입직경로 등 여러 요건을 따져 고르게 안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인사에서 서범수 경찰대학장의 유임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이었던 서병수 부산시장 친동생이고,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점에서 새 정부 들어 교체 1순위로 거론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 학장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부산 혜광고 동문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 들어서도 학연 혜택을 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는다.
반면 서 학장이 고시 출신이어서 입직경로 안배에 유리하고, 인맥 문제와 별도로 업무능력은 인정받는 점 등이 유임을 좌우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고시 특채 몫을 채울 후보가 마땅치 않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TK(대구·경북)의 몰락이다.
이날 치안정감 6명 중 4명이 교체되면서 출신지역별 치안정감 구성은 영남 2명(부산지방경찰청장·경찰대학장), 서울 등 기타 지역 2명(경찰청 차장·인천청장), 호남 1명(경기남부청장), 충청 1명(서울청장)으로 짜였다.
새 치안정감 진용에서 영남 출신으로 분류되는 2명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으로, TK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TK 출신이 줄곧 치안정감에 포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뚜렷한 차이점이다.
경찰대 출신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번에 포진한 치안정감들은 입직경로로는 경찰대 3명(서울·인천·경기남부청장), 간부후보 2명(경찰청 차장·부산청장), 고시 특채 1명(경찰대학장)으로 구성됐다.
경찰대 출신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었고, 과거에는 최고참 기수여서 승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관측됐던 1기(인천청장)가 승진에 성공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향후 치안감 승진 인사에서도 주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에 구성된 치안정감 6명은 모두 내년 6월 말 임기를 마치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이을 잠재적 후보군이다. 이들 가운데 누가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를지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 벌써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인사 스타일 차이가 향후 국정과제인 수사권 조정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급격한 변화 한가운데에 선 검찰과, 안정된 조직 기반을 확보한 경찰이 수사권 국면에서 각자 보여줄 모습이 주목된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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