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은행들 '대박실적' 해부…자본확충·대출관행 개선 요구(종합)
최종구 "가계대출 위주 손쉬운 영업에 안주…모든 은행이 국민은행화" 비판
"시장금리 올라 대출금리 상승, 예금금리는 풍부한 유동성에 상승 제한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올린 '기록적 수익'에 대해 금융당국이 분석에 들어갔다.
예금·대출금리의 차이, 합병이나 민영화 같은 일회성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렇게 쌓인 수익이 생산적인 경제 활동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각 은행의 이자·비이자 이익, 순이자마진(NIM), 예대 금리, 대손충당금 책정 등을 분석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올해 상반기 KB·신한·하나 등 3대 금융지주사와 우리은행[000030]의 순이익이 6조 원에 육박하게 된 요인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NIM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NIM 개선은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를 예금금리가 따라가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대출금리 상승은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상승분은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 상승이 주된 요인이며, 이는 집단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당국의 방침과 관련됐다고 분석했다.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만큼 오르지 않은 것은 풍부한 유동성 때문으로 해석됐다.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경영지도비율인 100%와 90%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은행들은 자금 사정이 좋고, 따라서 굳이 금리를 올려 예금을 유치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담당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예금이 들어온다"며 "'핵심 예금'이 특히 많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예금은 금리가 사실상 붙지 않는 요구불 예금 등이다.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월 말 10.6%에서 올해 5월 말 14.5%로 커졌다. 금액도 110조 원에서 180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 민영화, 계열사 인수,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들이 더해진 것으로 당국은 판단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순익의 상당 부분은 충당금 환입이나 충당금을 적게 쌓은 요인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에 따른 차익과 수수료 이익, 신한지주는 신한카드의 충당금 적립 기준 변경 등이 영향을 줬다.
이 밖에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에 따라 신탁·펀드 자산이 늘면서 여기서 발생한 수수료 수익도 한몫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을 덮어놓고 '탐욕'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경제의 '혈맥'인 은행의 수익성이 튼튼하게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성향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자본확충에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9년까지 '바젤Ⅲ'에 맞춰 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국내 은행들은 여건상 무상증자가 어려울 것"이라며 "업황이 좋을 때 내부유보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 따라 담보·우량대출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여·수신 채널이 아닌 IB(투자은행) 사업 채널로 벤처·창업펀드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은행들에 전달했다.
최 위원장은 "수익의 원천이 온통 가계대출 분야,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했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1990년대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전담해서 취급했던 국민은행을 거론하며 "(지금은) 모든 은행이 국민은행화했다. 이게 바람직한가"라고 비판했다.
소액·장기 연체채권 정리에 대해서도 "국민행복기금에서 대상이 되는 채권은 40만개를 조금 넘는다. 여기에 (민간 은행 채권을) 추가 확대하는 것은 협의 중"이라며 "민간 부문도 많이 하도록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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