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고위관계자 "우리도 아우디에 속았다"…VW그룹 내분
직장평의회 의장 "디젤스캔들 책임 아우디 경영진 해임해야"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폴크스바겐(VW) 그룹의 자회사 포르셰의 고위 관계자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자신들도 같은 VW 자회사인 아우디에 속은 셈이라고 주장하며 아우디 경영진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갈수록 확산하고 독일 자동차업계 전체의 담합 의혹으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독일 최대 자동차그룹의 내분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우베 휘크 포르셰 직장평의회(Betriebsrat) 위원장은 일간지 빌트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 "우리가 아우디에게 속았다고 느낀다"며 "나는 아우디의 일련의 속임수에 포르셰가 위험에 빠지도록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휘크 위원장은 "아우디는 우리에게 여러 차례 엔진이 정상이라고 확인해줬고, 심지어는 문서로도 그같이 답변했으나 그런 말 중 하나도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젠 넌더리가 난다. 그들(아우디 경영진)을 더는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르셰 노조 대표인 그의 발언은 배출가스 조작장치가 적발된 VW 상표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이후 적발된 포르셰의 대형 차량들도 디젤 엔진은 같은 VW그룹사인 아우디 제품을 사용했는데 자신들도 아우디 측 거짓말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직장평의회는 개별 사업장의 노조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사용자 측과 공동으로 협의해 중요 결정을 한다.
VW그룹 전체의 경영감독위원회 위원(이사)이기도 하는 그는 "아우디 경영감독위원회가 아우디 경영진을 모두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감독위는 2천 명 이상 대기업에서 경영진 선출과 중대 경영전략을 정하는 기업 최상급 조직으로 노사 양측 대표가 절반을 차지한다.
그는 "배출가스 조작은 그룹 전체를 병들게 한 암적인 행위이며, 이젠 이를 확실히 다뤄야 한다. 베이비파우더만 뿌릴 게 아니라 항암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우디 경영진이 스스로 초래한 손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회사 전체의 사기꾼들을 모두 (계약된) 고액 퇴직보상금 없이 내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VW그룹의 한 임원은 "임원진 중 상당수가 휘크 위원장의 발언에 동감한다"면서 "지금의 VW 그룹은 우리와 함께 성장해온 과거의 VW이 아니라 골칫덩어리로 느낀다"고 말했다고 빌트는 전했다.
그러나 아우디 이외에 포르셰를 비롯한 VW그룹 임원진은 물론 직원이나 직장평의회, 경영감독위도 지금의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휘커 위원장의 발언이 책임 떠넘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인 페르디난트 두덴호퍼 교수는 "프랑크푸르트 오토쇼를 취소하거나 8주 안에 문제 해결을 위해 완전히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완전한 투명성만이 독일 자동차 산업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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