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스콧의 '오랜 투쟁'…세계선수권에 女 50㎞경보 신설
금메달 47개에서 48개로 늘며 남녀 금메달 수 균형 맞춰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는 여전히 제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육상에서 유일하게 남자 선수만 참가하던 50㎞경보가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데 이어 세계육상선수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24일(한국시간) "8월 4일 개막하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50㎞경보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47개였던 세계육상선수권 금메달이 48개로 늘었다.
IAAF는 "여자 50㎞경보에 출전하는 선수 중 1위는 당연히 금메달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하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육상에 걸린 금메달은 총 47개였다.
남자부 24개, 여자부 23개다. 남녀 금메달 1개 차이는 50㎞경보 때문이었다.
그동안 50㎞경보에 도전한 여자 선수는 많았지만, 2016년 4월까지는 여자 선수의 기록을 공인하지 않았다.
금녀의 벽을 허문 건, 미국의 여자 경보 선수 에린 타일러-탈콧(39)의 끈질긴 투쟁 덕이었다.
타일러-탈콧은 2011년부터 "여자 선수의 50㎞ 경보 출전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이를 거부했다.
타일러-스콧은 포기하지 않고 법정 싸움까지 벌였다.
결국, 지난해 4월 IAAF 규칙 심사위원회는 "2016년 5월부터 여자 선수의 50㎞ 경보 기록을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타일러-탈콧은 2016년 5월 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IAAF 세계경보팀선수권대회 50㎞경보에 남자 선수들과 함께 출전해 4시간51분08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를 마친 40명 중 40위. 하지만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타일러-탈콧은 여자 선수가 50㎞경보에 최초로 '정식 등록선수'로 참가해 완주에 성공한 역사를 썼다.
타일러-탈콧을 시작으로 50㎞경보에 도전하는 여자 선수가 늘었다.
IAAF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세바스찬 코 IAAF 회장은 "동등한 경쟁의 의미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50㎞경보에서 여자 선수 중 최고 기록을 내는 선수는 당연히 '1등'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런던 세계선수권은 '사상 최초로 여자 50㎞경보가 열리는 대회'로 기록된다.
기준 기록은 4시간30분이다. 7월 25일까지 이 기록을 통과한 선수는 여자 50㎞경보에 출전할 수 있다. 남자 50㎞경보 기준 기록은 4시간6분이다.
24일까지, 여자 50㎞경보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는 5명이다.
아이네스 엔리케스(포르투갈)가 4시간8분26초로 이 부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황인(4시간22분22초, 중국)과 캐슬릿 버넷(4시간26분37초, 미국), 수칭양(4시간27분24초, 중국)도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그리고 '선구자' 역할을 한 타일러-탈콧도 4시간29분33초로 런던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에는 아직 여자 50㎞경보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않는다.
남자 50㎞경보도 "너무 지루하다"라는 비판 속에 정식종목에서 밀려날 위기를 딛고, 정식종목으로 남은 터라 여자 50㎞경보가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 넘어야 할 벽은 많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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