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서른 즈음에 맞은 전성기…"이유는 몰라요"
2007년 LPGA 진출 후 첫 시즌 2승…유소연과 시즌 다승 공동 1위
'30㎝ 우승 퍼트' 실수, 꼬리뼈 부상 등 악재 딛고 뒤늦은 만개
"기대하지 않았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다" 특유의 '무심 타법'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김인경(29)이 나이 서른이 다 된 201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어 가고 있다.
김인경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6월 숍라이트클래식에서도 정상에 오른 김인경은 이번 시즌 유소연(27)에 이어 두 번째 다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LPGA 투어는 이번 대회 전까지 19개 대회에서 우승자가 18명이 나오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졌다.
유일한 다승자는 ANA 인스퍼레이션과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을 제패한 유소연뿐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인경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유소연과 함께 2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김인경은 LPGA 투어에서 '사연이 많은 선수'로 통한다.
2005년 US여자 주니어선수권 정상에 올라 두각을 나타낸 김인경은 역시 아마추어 시절이던 2006년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1위로 통과했다.
투어 정상급 선수로 커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김인경은 2008년 10월 롱스드럭스 챌린지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고 2009년 스테이트팜 클래식,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등에서 해마다 1승씩 거뒀다.
2011년에는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1회, 3위 3회 등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던 김인경은 2012년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통한의 '30㎝ 퍼트 실수'에 땅을 쳤다.
당시 마지막 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30㎝ 파 퍼트를 놓친 뒤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놀라던 김인경의 모습은 아직도 방송 화면이나 신문 지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결국 연장전에 끌려들어 간 끝에 준우승으로 그 대회를 마친 김인경은 이후 한동안 우승과 다시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후 2013년 KIA 클래식, 2014년 포틀랜드 클래식 등에서 연달아 연장전 패배를 당하자 주위에서는 '30㎝ 퍼트 실패 후유증이 큰가 보다'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인 ISPS 한다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김인경은 이를 바탕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들었고 LPGA 투어에서는 2016년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야 우승 갈증을 풀어냈다.
하지만 레인우드 클래식 우승 이후 계단에서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꼬리뼈를 다쳐 6개월 이상 고생하는 등 순탄하지 않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김인경은 2007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올 시즌 처음으로 한 해에 2승을 거두며 뒤늦은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6월 숍라이트클래식 우승으로 건재를 알렸고, 이후 두 차례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연달아 컷 탈락하며 주춤했으나 이번 대회 결과로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를 마치고도 특유의 '무심함'을 소감으로 밝혔다.
그는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친 비결을 묻는 말에 "나도 답을 알면 좋겠다. 정말 모르겠다"고 웃으며 "특별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인경은 "아마 그런 마음가짐이 오늘 잘 된 이유가 아니겠냐"며 "상위권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그저 잘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그게 결과로 잘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6월 숍라이트클래식 우승 때도 그는 "오늘 초반에 다소 긴장했는데 어차피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고 말한 바 있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상금 22만 달러를 모두 사회 공헌 활동에 기부했고 2012년부터는 스페셜 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아 1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기부 천사'로도 유명한 김인경은 시즌 상금 54만 9천 달러(약 6억1천만원)를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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