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그리스 섬에 두 차례 강한 여진…관광객 사흘째 노숙
주요 항만 아직 폐쇄…코스 섬 시장 "빠르게 일상 회복 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강진이 강타한 그리스 코스 섬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추가 지진의 공포 속에 사흘 째 노숙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 섬에는 22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두 차례의 강한 여진이 이어지며 주민과 관광객이 놀란 가슴을 다시 한 번 쓸어내렸다.
아테네 지구역학연구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9분 그리스 남동부 도데카니소스 제도의 코스 섬에서 20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4.4의 여진이 난 데 이어 16분 뒤 규모 4.6의 여진이 또 발생했다.
강한 흔들림에 놀란 코스 섬의 주민과 관광객은 건물, 식당 등에서 빠져나와 황급히 대피했다. 이들은 마을 광장에 모여 진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상당수 주민과 관광객들은 건물 붕괴를 우려해 주택과 숙소에서 빠져나와 이날도 호텔 야외 수영장의 일광욕 침대나 야외 광장, 올리브 숲, 해변, 차량 등에서 잠을 청했다.
이들은 심야 시간대에 발생한 첫 지진으로 사실상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 데 이어 사실상 연속 사흘째 노숙을 한 셈이다.
섬 주민 파나기오티스 베칼리(30) 씨는 AP통신에 "집에 금이 가 곧장 밖으로 나왔다"며 "집안에 있기가 두렵기 때문에 온 가족이 밖에서 잠을 잤다"고 말했다.
그는 5살 난 아들과 16살 된 조카는 차 안에서 재우고, 다른 가족들은 올리브 덤불에서 눈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코스 섬과 터키 남서부 물라 주(州) 해안의 보드룸 사이 에게 해에서는 지난 21일 오전 1시30분께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 코스 섬에서 관광객 2명이 사망하고, 120여명이 다쳤다. 보드룸 등 터키쪽에서도 주로 리조트 관광객들이 지진에 놀라 대피하는 과정에 약 350명이 부상자가 나왔다.
코스 섬 부상자 가운데 상태가 심각한 사람 13명은 헬기 등을 이용해 에게 해 남부 크레타 섬과 아테네 등지로 이송됐다. 이들 가운데 관광객 1명은 두 다리를 절단하고, 한 명은 머리를 다쳐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계속되는 크고 작은 여진에도 불구하고 코스 섬은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고 그리스 당국은 밝혔다.
코스 섬의 기오르고스 키리치스 시장은 섬의 주요 항만이 손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공항과 도로 등 대부분의 기반 시설이 건재하다며 "피해를 당한 기반시설은 복구되고 있고, 섬의 일상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관광객들이 지진 이후 서둘러 섬을 빠져나가진 했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가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코스 섬은 독일, 북유럽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는 그리스 주요 관광지 중 한 곳으로, 연중 최대 성수기에 닥친 이번 지진으로 섬을 지탱하는 관광업에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당국은 지진으로 일부 파손돼 잠정 폐쇄된 코스 섬의 주요 항만에 잠수부들을 투입해 부두의 훼손 정도를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 여객선들을 남서부 해안에 있는 케팔로스 항으로 우회 조치함으로써 섬을 오가는 선박 운항을 재개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14세기 성벽을 비롯해 무너진 성당, 이슬람 사원 등 섬 내 주요 문화재의 정밀 진단도 시작했다.
한편, 터키와 그리스는 아라비아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맞물려 지각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 놓여 있어 지진이 잦은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들어 터키 서부 에게 해 일대에서 강진이 잇따르며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 여성 1명이 주택에 매몰돼 숨지고 15명이 다쳤다.앞서 1999년 8월에는 터키 이즈미트를 진앙으로 한 규모 7.0의 강진이 인구가 밀집한 터키 북서부 지역을 강타, 1만7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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