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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관광 마지막 기회' 평양찾은 서방 관광객 표정은

美여행금지 조치 발표에도 태연한 모습…"여행객 위협 못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3일 평양 만수대언덕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일렬로 늘어선 서양인들이 깊이 허리를 굽혔다.

높이 약 20m에 이르는 이 동상은 평양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제일 먼저 가는 곳이다. 주요 기념일에는 북한 주민들도 헌화하고 참배한다.





AFP통신은 이날 '미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볼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평양발 보도에서 미국인 북한여행 금지 조치를 한 달가량 앞둔 평양의 모습과 외국인 관광객의 목소리를 전했다.

어쩌면 평양관광의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 관광객은 외부의 우려와 달리 태연한 모습이었다. 일부 관광객은 열성적이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아시아 여행이 처음이라는 아일랜드인 카일 마이어(28)는 북한여행을 선택한 이유로 "익숙한 곳과 다른 문화권으로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법을 따르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한 여행객에 대한 위협은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여행객들은 최소 2천157달러(약 240만원)를 지불했다.

김일성 부자 동상에 헌화한 호주인 팔라비 파드케(43)는 "존경의 표시"라며 "모스크에 들어갈 때 머리를 감싸는 것이나, 절에 갈 때 신발을 벗는 것과 같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파드케는 "북한인들은 자신의 나라와 역사에 자부심이 있다"며 "애국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건 멋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모든 미국 시민의 북한여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의 이유로 "북한의 법 집행 체계에서 심각한 체포 위험과 장기간 구금에 대한 우려가 증가함"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 여행객이 쓰는 돈이 모두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 개발 비용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에 관광차 방문했다가 17개월간 억류됐다 귀국 엿새 만에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두고 북한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고려여행사 대표 사이먼 코커렐은 미 정부의 여행금지 조치에 대해 "미국인과 북한 주민 사이의 인간적 교류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이라며 "자기 패배적"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당국이 미국에 대해 선전하는 이미지는 모두 부정적인 것들인데, 관광객과 북한 주민들의 접촉이 외국인은 북한을 해하려는 악의 무리라는 생각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코커렐 대표는 이미 웜비어 사망 이후 예약이 50%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고려여행사에 따르면 매년 북한을 찾는 서양 여행객은 4천∼5천명으로, 미국인의 비율은 20% 수준이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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