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정치(민주 '新 3당공조' 자신했지만…)
민주 '新 3당공조' 자신했지만…정족수 부족사태에 '혼쭐'
"처리 성과" 자평에도…與 의원 26명 불참에 발만 동동
한국당에 "국회농락" 맹공…秋 "협상 잘못했다며 문자 질타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한지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의 1호 추가경정예산안의 본회의 통과를 이뤄냈지만, 이 과정에서 본회의 정족수 미달 사태로 진통을 겪으며 '여소야대' 국회의 쓰라린 현실과 느슨한 원내전략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바른정당과 연대하는 '신(新) 3당 공조' 전략으로 이번주 내에 본회의를 여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한국당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면서 일각에서는 "오히려 무능을 드러낸 여당이 망신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는 데 의의를 두는 동시에 한국당이 약속을 깨면서 국회를 농락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애초 민주당은 이날 오전 본회의까지만 해도 무난한 추경안 통과를 예상했다. 민주당 예결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족수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히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연대를 이뤄내면서 이후 원내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도 감지됐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본회의 전 비공개 의총에서 "이번 3당 공조는 4당 체제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다른 당에서는 한국당의 백기투항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여당으로서는 끈질긴 발목잡기를 풀어낸 날"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막상 표결이 시작되고 한국당이 집단 퇴장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투표자 수가 재적의원 과반인 150명을 채우지 못한 채 146명에 그치자 원내지도부는 불참 의원들에게 급하게 전화를 거는 등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민주당 의원 가운데 26명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여기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공조'를 약속한 다른 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다수가 불참하면서, 결국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복귀하고 나서야 정족수를 채울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의원들이 대부분 해외에 나가 있거나, 공항으로 가느라고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 우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어젯밤만 해도 정족수가 충분했는데 막상 부족해진 이유는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한국당의 표결 참석을 예상하고 급한 볼일을 보러 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어제 오전을 기준으로 20여명이 국외에 나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가까운 외국에 계신 분에게는 급거 귀국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여야 합의 처리가 가능하다고 해서 정족수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약속을 믿고서 긴장감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다시는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다"며 "초유의 상황까지 보여드린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께 죄송하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겨냥해 "공당으로서 국회의장의 중재로 약속한 것인데 이렇게 어긴 것은 문제"라며 "역대 추경에서 한국당처럼 비협조적인 정당은 없었다. 국회를 농락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추미애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을 향해 "발목잡기를 넘어 일자리가 없어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도 민생을 팽개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이번 추경안 통과를 계기로 국정운영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비로소 문재인 정부가 두 날개를 펴고 날 수 있게 됐다"며 "당정청의 협조 속에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정의당과의 협치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3당의 공조로 '묻지마 반대'를 넘어설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개혁과제 실천 등에서 협치를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 역시 이날 의총에서 "(중앙 공무원) 4천500명 증원을 2천명대로 줄인 것이 알려져 밤새 의원들에게 (지지자들의 항의성) 문자가 갔을 것 같다. 나도 많은 문자 질타를 받았다"면서도 "앞으로는 이제까지의 우여곡절을 재론하지 않고서 다시 멀고 험난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잘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의원들이 외국에서 급거 귀국한 것에 대해서는 "사고가 나면 가족도 버려두고 나와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팔자다. 마음을 푸시라"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