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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산업 내주는 미국·일본…주도권은 중국·러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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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산업 내주는 미국·일본…주도권은 중국·러시아로

글로벌 강자들 재정난에 '허덕'…중국·러시아 원전건설 강공

"선진국도 탈원전" vs "빈자리 노려야"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선진국들이 주도했던 세계 원전산업이 최근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기존 강자들이 정책적으로 원전을 포기하거나 원전업계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쇠락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원전 건설을 늘리며 새로운 원전 강국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도 원전산업에 더 발을 담그면 안 된다는 시각과 글로벌 업체들이 주춤하는 틈을 노려 원전산업을 계속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원전, 트럼프가 살려내나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99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지만,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신규 건설이 30년 이상 중단됐다.

현재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조지아주(州)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4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지만, 안전상 결함이 발견되고 공기가 지연되면서 약 13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웨스팅하우스는 결국 이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3월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한국의 고리1호기를 포함해 전 세계 원전의 절반 가까이에 원천기술을 제공했던 웨스팅하우스의 몰락은 미국 원전산업의 조종(弔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 하락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규제로 원전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원전산업을 살리겠다고 선언, 규제 완화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절반가량이 적자인 미국 원전을 계속 운영하려면 연간 29억 달러(블룸버그 추산)의 막대한 지원이 필요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웨스팅하우스가 시작한 4기의 원전이 완성되더라도 2016년 전체 전력 발전의 20%를 차지했던 원전 비중이 2050년 11%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후쿠시마 6년 후 일본, 재가동 갈림길 = 웨스팅하우스의 파산보호 신청은 모회사인 도시바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의 적자로 인해 2017년 3월 연결 결산(2016년 4월~2017년 3월)에서 총 1조1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자산보다 부채가 6천200억엔 많게 됐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파산신청과 함께 외국 원전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를 선언한 일본은 아베 정권이 전력공급의 안정성 등을 이유로 이를 되돌리면서 작년까지 5기를 재가동했다.

일본 정부는 3년마다 이뤄지는 에너지기본계획 개정 시기를 맞아 원자력발전소의 신·증설이나 개축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원전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견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기술·인재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원전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가동한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가동 중단 가처분 신청이 이어지는 등 원전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후 6년이 지났지만, 폐로 작업은 앞으로 30~40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구체적인 폐로 방법도 정하지 못한 데다 당초 2013년 11조엔으로 예상했던 원전 처리와 배상 비용은 작년 말 21조5천억엔으로 늘었다.







◇ 원전 비중 줄이는 프랑스…업계는 빚더미

다수의 원전에서 생산된 값싼 전기를 독일 등 이웃 국가에 수출해온 프랑스는 원전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프랑스는 2015년 원자력발전이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 75%에서 2025년까지 50%로 줄이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니콜라 윌로 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일 2025년까지 총 58기의 원전 중 17기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탈원전 정책은 프랑스 원전업계의 쇠락과 맞물렸다.

프랑스 원전업체 아레바는 핀란드 원전 건설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최근 몇 년 큰 손실을 봤고 구조조정을 거쳐 국영 전력회사 EDF에 원전 사업을 매각했다.

그러나 EDF도 최근 전력 판매가 감소하는 가운데 노후화된 원전 운영비가 증가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EDF는 폐로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제대로 반영할 경우 파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전을 너무 성급하게 줄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는 지난 4월 원전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발전수단이라며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동쪽으로 넘어가는 원전 주도권

기존 원전 강국들이 고전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 질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원전을 정책적으로 밀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의 3분의 1인 20기를 건설하고 있다.

또 2020년까지 58GW의 원자력 설비 용량을 확보하고 30GW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도 2030년까지 11기의 신규 원전을 도입할 계획이다.

러시아 원전업계는 벨라루스, 중국, 헝가리, 인도, 이란, 터키에서 신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며 알제리, 방글라데시,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요르단 등에 투자를 검토하는 등 원전 수출 강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환경단체의 마이클 쉘렌버거는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고 보낸 서한에서 "만약 한국이 원자력에서 철수하면 오직 러시아와 중국만 새 원전 건설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린피스와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월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침몰하는 배에서 모두 내리고 있는데 한국 원전 산업계만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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