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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동성애…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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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동성애…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조윤진 정예은 인턴기자 = "동성애는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당신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지난 15일 서울광장에서 국내 성소수자 최대 행사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면서 해당 질문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동성애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한미군대사관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고 축제에 참여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동성혼 합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 대다수가 동성애를 '선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반대하는 측은 동성애가 '후천적'이라고 반박한다. 동성애가 '환경·사회적'요인으로 발생하며 치유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애를 후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 갤럽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1천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동성애는 후천적인 '양육·환경의 영향'이라고 답했다. 선천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수십년째 '뜨거운 감자'인 이 질문의 답이 무엇인지 연구결과를 토대로 살펴봤다.


◇ 동성애 유발하는 유전자 존재…동성애는 자연스러운 본성

1979년 스웨덴 인권 운동가들이 "오늘 동성애에 걸려서 아프니 결근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시위를 펼쳤다. 병가 제도를 이용해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주장을 비꼰 것이다. 동성애를 선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1993년 미국 유전학자 딘 해머(Dean Hamer)가 동성애 유전자를 처음 발견하면서 힘을 얻었다. 해머 박사는 동성애자와 그 형제 38쌍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X염색체 중 'Xq28'이라는 위치의 유전자가 동성애 성향을 결정한다고 봤다. 이후 행동유전학자 앨런 샌더스(E. P. Sanders)도 2004~2009년 409쌍의 표본을 토대로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동물 세계에서는 어떨까. 동성애 현상을 보이는 1천500여종의 동물 중 기린의 동성애는 흔하다. 전체 짝짓기 행위 중 94%가 수컷 간에 이뤄진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유인원 역시 마찬가지다. 수컷과 암컷 모두 동성과 이성애 행동을 보인다.

동성애가 자연에 반하는 죄라는 논리를 부정하는 대목이다.



◇ 같은 유전자, 다른 성향의 쌍둥이…동성애는 환경이 낳은 질병

동성애를 후천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반박한다.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동물의 특성상 자손을 이을 수 없는 동성애가 유전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동성애가 유전이라면 일란성 쌍둥이는 모두 동성애자가 돼야 한다. 동일한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 심리학자 마이클 베일리(Michael Bailey)가 쌍둥이 3천782명을 조사한 결과, 두 사람 모두 동성애자인 경우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11.1%, 13.6%에 불과했다. 2010년 정신역학자 니클라스 랑스트롬(Niklas Langstrom)이 표본을 7천652명으로 늘렸을 땐 9.9%, 12.1%로 오히려 감소했다.







자연에서의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동물 사이에서 동성 교배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비정상적인 환경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검은머리물떼새의 경우 세력권 쟁탈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동성애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시적이자 환경적인 원인으로 동성 교배가 일어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논리에도 허점이 있는 셈이다.



◇ 선천적이자 후천적인 동성애

최근 심리학 및 정신의학계에서는 동성애가 생물학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을 모두 받는다고 분석한다. 전남대 윤가현 교수(심리학)는 "출생 전 태아 단계에서 중추신경계가 발달할 때는 생물학적인 영향을 받으며, 그 생물학적 영향이 출생 이후의 환경적 요인과 복합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성애적인 성향과 그 요소를 자극하고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모두 갖춰져야 동성애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왜 동성애자가 되는가'에 대한 논란은 20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이번 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동성애의 선천성, 후천성에 대한 논란도 해결될 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퀴어문화축제는 주최 측 추산 7만명의 역대 최다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junep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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