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vs '택시운전사' 빅매치…누가 더 크게 웃을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올여름 최대 화제작인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의 빅매치가 펼쳐진다.
'군함도'가 이달 26일 먼저 출전하며, 일주일 뒤인 8월 2일 '택시운전사'가 링 위에 오른다.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사실 위에 상상의 이야기를 더한 '팩션' 영화다. 아픈 역사를 다루고, 고립된 공간에서의 탈출이라는 서사는 비슷하지만, 작품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탄광섬인 군함도를 무대로 조선인 수백 명의 탈출극을 그린 '군함도'는 영화 속 지하갱도처럼 뜨거운 편이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와 화려한 볼거리, 직접적인 메시지로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반면 평범한 소시민과 외신 기자의 눈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는 따뜻한 편이다. 서서히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며, 온기를 퍼뜨린다.
두 영화 모두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춰 손익분기점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극장가는 전망한다. 더 나아가 '쌍천만' 영화, 혹은 역대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인 '명량'(1천760만명ㆍ2014)을 뛰어넘는 흥행작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군함도'는 총제작비가 260억원 안팎으로, 최소 700만명 이상 들어야 본전을 건진다. 150억원이 들어간 '택시운전사'는 450만명을 넘겨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
◇'군함도'…흥행 요소 모두 갖춰
'군함도'는 한국영화 흥행 요소를 모두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황정민·소지섭·송중기 등 스타 캐스팅부터, 일제강점기 배경에 화려한 전쟁 액션은 물론 로맨스, 부성애, 유머까지 다 들어있다.
그러다 보니 132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딸 소희(김수안), '주먹' 최칠성(소지섭), 중국에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당한 오말년(이정현), 광복군 소속 OSS(미 전략사무국) 요원 박무영(송중기) 등 캐릭터도 다양하다. 전형적인 악인으로 그려지는 일본인, 그런 일본인보다 더 악한 조선인 등 캐릭터의 결도 다층적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어두운 역사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이야기 구조 속에 다양하고, 친절한 장치를 넣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축구장 2개 크기만 한 군함도를 실제의 3분의 2 크기로 재현해낸 대규모 세트가 압권이다. 오 평론가는 "'군함도'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고 평했다.
전찬일 평론가도 "팩션 영화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대극"이라며 "'암살', '밀정', '명량' 등 최근 만들어진 시대극뿐만 아니라 '베테랑'같은 현대물의 장점까지 두루 잘 녹여냈다"고 호평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가장 큰 장점은 대형 제작비를 쓴 티가 난다는 점"이라며 '명량'의 흥행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아픈 역사라는 소재는 이 영화의 강점이면서, 당시 힘들었던 시절을 회피하고 싶게 만드는 단점이기도 하다.
'명량' 기록을 넘어서려면 가족 관객이 움직여야 하는데, 어린이 관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영화 자체의 약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졌지만, 다양한 캐릭터가 너무 흩어져 있고,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부분이 생략돼 감동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했다. 신파조의 대사나 단선적인 스토리, 평면적인 캐릭터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 '택시운전사'…'출연=흥행' 송강호 마법 또 통할까
'택시운전사'의 가장 큰 강점은 송강호 그 자체다.
20대부터 40∼50대 중장년층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다. '설국열차'(2013), '관상'(2013), '변호인'(2013), '사도'(2015), '밀정'(2016)까지 최근 몇 년간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시켰다.
'택시운전사'에서도 송강호는 이름값을 제대로 해낸다. 평범한 서울의 택시기사가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뒤 내면의 변화를 겪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관객들은 그에게 감정이입돼 그와 함께 웃고 울게 된다.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과 유해진, 류준열 등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 편이다.
외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취만은 '피아니스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등에 출연한 유명 배우다.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내한해 오는 25일 기자간담회와 VIP시사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오동진 평론가는 "송강호 파워뿐만 아니라 크레취만도 훌륭한 배우기 때문에 입소문이 나면 영화의 인지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관객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택시운전사'는 철저히 입소문 전략을 쓰고 있다. 각종 무료시사회를 벌써 수차례 개최해 개봉하기도 전에 벌써 6만5천명을 불러모았다.
윤성은 평론가는 "감동적인 측면에서는 '군함도'보다 '택시운전사'가 앞서기 때문에 관객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더킹', '보통사람' 등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이 쏟아져 관객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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