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호튼 재대결에 온통 관심…그래도 도전하는 박태환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박태환(28·인천시청)이 6년 만에 다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출발대 위에 선다.
박태환은 23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리는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경기로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일정을 시작한다.
남자 자유형 400m는 이번 대회 경영 종목에 걸린 금메달 42개 중 첫 번째의 주인이 가려지는 종목이다.
박태환이 50m 길이의 롱코스에서 치러지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동메달을 수확하며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로 기세를 이어갔다.
이후 2009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에서는 출전한 세 종목에서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쓴맛을 단단히 봤다.
하지만 2011년 상하이 대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1번 레인의 기적'을 연출하며 월드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2013년에는 시즌을 쉬느라, 2015년에는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인한 FINA 징계로 세계선수권대회를 건너뛰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좌절한 박태환은 이번 부다페스트 대회를 목표로 착실하게 부활을 준비해왔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개의 금메달, 올림픽에서 하나의 금메달을 딴 세계적 강호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부다페스트에서 박태환은 '도전자'다.
세계수영계도 6년 만에 다시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박태환보다는 호주의 맥 호튼(21)과 중국의 쑨양(26)의 '리턴 매치'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AFP통신은 이번 대회 경영 경기에 앞서 호튼과 쑨양의 라이벌 관계를 조명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호튼은 3분 41초 55에 레이스를 마쳐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쑨양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땄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쑨양은 호튼에게 0.13초 뒤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같은 수영장에서 훈련하다가 마주쳤을 때 쑨양이 호튼의 주의를 끌려고 세게 물을 끼얹은 것이 호주 언론에 보도되면서 둘은 '장외 신경전'에 휩싸이기도 했다.
호튼은 자유형 400m 결승이 끝난 뒤 쑨양에 대해 "특별히 라이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쑨양은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던 선수 아닌가"라며 쑨양의 도핑규정 위반 이력을 꼬집었다. 호튼은 쑨양을 가리켜 '약물 사기'(Drug Cheat)'라는 표현까지도 썼다.
리우올림픽에서 쑨양은 자유형 400m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감기에 걸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했다는 자유형 1,500m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했다.
호튼과 쑨양은 이번 대회 자유형 400m뿐만 아니라 자유형 200m·800m·1,500m에도 나란히 출전해 경쟁을 벌인다.
미국의 수영 월간지 스위밍월드가 전망한 이번 대회 종목별 메달리스트 명단에도 박태환은 없다.
스위밍월드의 전문가 세 명은 모두 남자 자유형 400m의 경우 호튼, 쑨양, 가브리엘레 데티(23·이탈리아) 등 리우올림픽 금·은·동메달리스트의 3파전이 되리라 내다봤다.
이 가운데 둘은 쑨양을, 하나는 호튼을 금메달 후보로 점찍었다.
쑨양은 올해 세계랭킹에서도 3분 42초 16으로 1위에 올라 있다. 데티가 3분 43초 36으로 2위. 호튼이 3분 44초 18초로 3위다. 4위는 지난 5월 미국 애틀랜타 대회에서 3분 44초 38을 기록한 박태환이다.
스위밍월드는 남자 자유형 200m에서는 쑨양, 제임스 가이(22·영국), 타운리 하스(21·미국)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남자 자유형 1,500m에서는 2015년 카잔 세계대회와 지난해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23·이탈리아)가 다시 정상에 오르고 데티와 호튼이 은·동메달을 나눠 가질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박태환에도 기회는 있다.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호주 시드니에서 훈련하고 지난달 귀국했다가 바로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 마무리 훈련을 해온 박태환은 지난 18일 부다페스트로 이동해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경쟁자들과 달리 박태환은 나이도 많고 세계대회 준비도 다소 늦게 시작했다.
그런데도 부상 없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빠르게 경기력을 끌어올려 왔다. 최근 실전에서는 특유의 폭발적 뒷심이 되살아난 것도 확인했다.
박태환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뛰지 못한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경기 영상을 많이 봤다며 "누구 하나 자기 레이스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볼 만한 경기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기에 노련한 레이스 운영 능력이 더해진다면 박태환이 이번 대회에서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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