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24시간 총파업…국영기업·공기관 정상운영(종합)
야권 도로 봉쇄로 곳곳 교통마비…카라카스 서부선 일상생활 이어져
반정부 시위대 국영방송 공격 시도…20대 1명 숨져 사망자 98명으로 늘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야권과 지지자들이 20일(현지시간) 24시간 총파업을 벌였다고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자들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의 도로 곳곳에 가구와 쓰레기 등 장애물을 설치해 차량 흐름을 막았다.
일부 반정부 시위자들은 국영방송 VTV 본부를 공격하려다가 방송국 직원 등에 의해 저지되자 인근 우체국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카라카스의 일부 대중교통 업체들을 비롯해 전국의 수천 개 민간 기업이 회사 문을 닫고 파업에 동참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최대 경제단체인 페데카마라스는 표면적으로는 파업에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소속 회원사들은 직원들에게 파업 당일 출근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과 연계된 베네수엘라 노동자연맹은 회원 노조 20개 중 12개 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파업에 동참하는 민간 기업을 처벌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총파업과 함께 간헐적으로 벌어진 충돌 사태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카라카스 교외인 로스 테케스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 도중 24살 남성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검찰이 밝혔다. 이로써 지난 4월 이후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98명으로 늘었다.
20개 정당으로 구성된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개헌을 저지하기 위해 '결전의 시간' 캠페인과 함께 총파업을 기획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야권이 주도하는 전국 단위의 총파업이 진행되는 것은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야권은 마두로 정권이 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오는 30일 실시할 예정인 제헌의회 선거 강행을 중단하고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거주지역 인근의 도로를 봉쇄한 회계사 윌프레도 비예가스는 "사람들이 현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현 정부를 원하지 않고 정부가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 여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총파업 참여를 거부한 채 출근을 하고 대중교통이 정상운영되는 등 일상생활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반면 부유층 거주지역인 동부 지역에서는 반정부 시위자들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 놓아 대중교통 운영을 막아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텔레수르는 보도했다.
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오스카르 멘디블레는 "우리는 우리의 삶을 가로막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멈출 수 없다"면서 "일하러 가지 못하도록 같은 국민을 강제적으로 막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며, 일부에 의해 강제된 독재"라고 비판했다.
국영기업 등 공공 부문 근로자와 공무원 280만 명은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국영 석유 기업으로 베네수엘라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PDVSA의 생산시설도 정상 가동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한 청년 지지자 집회에 참석, "국가기간 시설인 VTV를 파괴하려고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펼쳤고 배후에는 야권 지도부가 있다"고 비난하며 "이번 총파업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규정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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