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외교부 퇴임식…非고시출신이 연설하고 장관은 눈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31년 동안 영사업무를 하면서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외국) 교도소도 가보고 구치소도 가보고, 이민국 보호소에도 가보고 재판정 방청석에도 앉아 봤습니다. (외교전문을 보내는) 통신이 불통돼 2∼3시간 동안 직접 받아 적어서 전문을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18층에서 열린 2017년도 상반기 외교부 퇴임식.
외교정보기술직으로 외교부에 입부해 31년간 외교부 본부와 8개 재외공관에서 통신 담당자 또는 영사로 근무한 이인용(60) 영사는 다소 어색한 표정과 말투로 외교부 생활을 회고했다. 오·만찬사, 축사, 인사말 등 각종 연설이 일상인 대사 출신들의 퇴임사처럼 유려하진 않았지만 이 영사의 말은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울림이 있었다.
이날 퇴임한 직원들을 대표해 3명이 퇴임사를 했는데, 대사를 지낸 2명에 이어 마지막 순서를 이 영사가 장식한 것이었다. 매년 상·하반기 각 한차례 열리는 퇴임식에서 대사 출신 등 고위직이 퇴임사를 도맡았기에 이 영사처럼 비(非) 고시 출신의 중·하급 직원이 퇴임사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역시 비 고시 출신인 강경화 장관 취임 후 처음 열린 외교부 퇴임식에서는 그 외에도 신선한 풍경들이 적지 않았다.
인사말을 한 강 장관은 참석한 퇴임 직원 9명의 재임 중 치적, 수상 경력, 직원들에게서 받은 좋은 평가 등을 길게 소개한 뒤 퇴임자 한 명 한 명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은 퇴직 직원의 이름을 직급순이 아닌 '가나다'순으로 호명했다.
또 강 장관은 퇴직자 3명이 퇴임사를 하는 동안 감정이 북받치는 듯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고 옆에 있었던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아울러 외교부 후배직원들이 떠나는 선배들을 위해 들국화의 '축복합니다'를 합창하는 등 축하공연을 한 것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한 퇴임식 참석자는 "대사 출신이나 영사 출신이나 퇴임하면 같은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외교부의 탈권위 흐름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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