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건물 수천동, 런던화재식 위험 노출…유사 외장재 써
NSW주 2천500개 동 해당…야당 대표 "참사 발생은 시간 문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건물 수천 동이 최근 화재 참사를 겪은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와 비슷한 외장재를 쓴 것으로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열린 호주 연방상원 조사위원회에서는 최대 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건물 2천500동과 빅토리아주의 건물 수천 동이 그렌펠 타워와 유사한 외장재를 쓴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호주 언론이 20일 전했다.
상원 조사위원회는 그렌펠 타워 참사로 최소 80명이 숨지자 가연성 내장재에서부터 스프링클러 시스템, 각종 규정에 이르기까지 호주 건물들의 안전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
퀸즐랜드주에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곧 최종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특히 퀸즐랜드주 주도 브리즈번의 최대 병원인 프린세스 알렉산드리아 병원의 경우 콘크리트 빌딩을 둘러싼 80㎡의 외장재를 조사한 결과 가연성 자재로 나타나 병원 직원과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
브리즈번의 다른 4개 민간 건물 역시 프린세스 알렉산드리아 병원과 유사한 외장재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빅토리아주 주도인 멜버른의 로열여성병원도 외장재가 불에 잘 타는 재질인 것으로 드러나 교체하기로 한 바 있다.
퀸즐랜드주 보건장관인 캐머런 딕은 "퀸즐랜드의 모든 건물은 가연성 자재를 써 위험이 어떤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17년 된 건축물인 프린세스 알렉산드리아 병원은 그렌펠의 사정과는 아주 다르다"라고 말했다.
NSW주의 경우 아파트들에 가연성 자재가 사용됐을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그렌펠 타워의 비극이 호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시기 문제라는 게 화재예방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밖에 상원 조사위원회에서는 느슨한 건축법과 부족한 규제, 지나친 폭리 취득 행위로 인해 호주에서도 런던과 같은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발생한 그렌펠 타워 참사의 주된 이유로는 가연성 외장재가 지목되고 있으며, 외장재를 교체하면서 내화성 자재를 사용하려던 애초 계획이 비용 절감 때문에 가연성 자재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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