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못말리는 몸보신문화에…곰 1천마리 구하기 프로젝트
쓸개즙 채취 차단·보호구역 이주 추진…호랑이·코뿔소 뿔 밀매 여전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의 몸보신문화는 유별난 편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신이나 질병 치료용으로 곰, 호랑이, 코뿔소 등 야생동물의 밀매가 끊이지 않는다. 전통시장에 가면 개고기를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이 중국에 이은 대표적인 야생동물 밀매 중심지로 부각되면서 국제 동물보호와 환경단체들이 감시의 눈길을 치켜세우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야생동물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야생동물의 장기나 뼈 등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고 몸에도 좋다는 뿌리 깊은 미신 탓에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동물보호 비정부기구(NGO)인 애니멀스 아시아는 20일 베트남 정부와 함께 쓸개즙(담즙) 채취를 위한 곰 사육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와 베트남 산림청은 전날 베트남 전역의 430여 개 곰 사육농장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 1천 마리의 곰을 구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베트남은 곰 쓸개즙을 건강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을 막으려고 1992년 보신용 곰 사육을 불법화했다. 불법 사육되는 곰은 2005년 4천여 마리와 비교하면 많이 줄었지만,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수요가 여전해 곰을 포획, 사육하는 일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4년에는 베트남 쓸개즙 관광을 알선한 여행사와 한국인 관광객, 곰 사육장 주인 등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와 애니멀스 아시아는 불법 사육되는 곰들을 단계적으로 동물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2008년 베트남 북부 빈푹 성의 땀 다오 지역에 곰 보호구역이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불법 사육농장의 곰 186마리가 구조됐다.
질 로빈스 애니멀 아시아 대표는 "이번에 베트남 정부와 MOU를 맺은 것을 계기로 잔인한 곰 쓸개즙 채취를 막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법 사육 곰의 실태 파악과 구조, 곰 보호구역 추가 설치 등에 드는 비용 2천만 달러(225억 원)의 조달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작년 하반기 베트남 정부에 적극적인 야생동물 밀매 단속을 요구하는 국제청원 운동을 벌였다.
'야생동물을 위한 연대' 회장인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작년 11월 야생동물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밀렵 근절을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베트남 중부 응에안 성의 한 냉동창고에서 몸무게 100∼150㎏짜리 호랑이 5마리가 발견되고 하노이 국제공항에서는 코뿔소 뿔 밀반입이 적발되는 등 야생동물 밀매가 계속되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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