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퀸 농촌 노인들 무더위·물부족·질환 '3중고'
물난리 겪은 뒤 두통·피부염·방광염·감기 호소
순식간에 삶 터 잃은 충북 괴산 주민들 '악전고투'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더니 아수라장으로 변한 그날 너무 놀랐어요. 그 이후로 제대로 잠을 들 수 없어요.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너무 아파요"
20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 마을회관에 차려진 방문 진료소를 찾은 김모(70) 할머니는 집중 호우가 마을을 폐허로 만든 지난 16일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호소했다.
이번 수마로 이 마을 40여 가구가 침수ㄷ 피해를 봤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16일 다리를 건너던 A(83)씨와 B(75)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김모(60·여)씨도 "물난리가 난 날 꼬박 밤을 새웠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는 물론 목도 아프다"면서 3일 치 약을 타갔고, 또 다른 김모(62) 할머니는 눈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 1시간여 동안 진료소를 찾은 10여명의 노인 대부분이 두통과 불면증, 허리 통증 등을 호소했다.
지난 16일 내린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괴산 주민들이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와 싸우는 것도 힘든 판에 두통·피부염·방광염 등 각종 질환과 물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세간살이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제대로 자지 못하는 데다 먹는 것도 부실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괴산군 보건소는 설명했다.
물 부족으로 제때 씻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한여름인데도 감기 기운을 호소하는 노인들도 있다.
괴산군 보건소가 지난 18일 또 다른 수해지역인 청천면 신도2리를 찾아 진료한 22명이 이런 증세를 호소했다.
복구작업을 하다 다쳐 응급 처치를 받는 경우도 있다.
군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복구작업이 워낙 급하다 보니 몸이 아파도 그냥 참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이 맘 편히 진료받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주민들의 사랑방인 마을회관 등에 방문진료소를 차리는 데 수마가 온 마을을 휩쓴 지역에서는 성한 곳이 없어 진료대를 펴기가 쉽지 않다.
군 보건소는 신도2리 마을회관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마을 정자에서 주민들을 진료했다.
심경옥 진료팀장은 "진료대를 펴 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마을이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지만, 만족을 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군 보건소는 수해지역 주민들이 잇단 질환을 호소함에 따라 이달 말까지 폭우 피해 지역을 돌며 진료를 계속할 예정이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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