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협력업체 압수수색…"항공기 등 수출 차질" 우려
항공정비사업 유치·미 공군훈련기 대체사업 수주도 실패할 것이란 위기감 팽배
(사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 대표 횡령 의혹 수사에 나선 검찰의 압수수색이 협력업체로 확대되자 전방위적 수사에 따른 항공기 등 수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KAI 협력업체 5곳에 수사관을 보내 납품 관련 서류와 회계 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디지털 자료, 관련자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하 대표의 횡령 혐의를 입증할 자료와 원가 부풀리기 관련 자료 수집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이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협력업체들은 일손을 놓은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역 협력업체의 한 대표는 "세계 항공업계는 윤리경영을 중요시하는데 KAI에 이어 협력업체까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낙인이 찍혀 항공기 부품 등을 수출할 수 없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검찰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으로 범위를 좁히고 명확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내 항공업체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협력업체 대표는 "압수수색에 이어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 현재 KAI를 중심으로 사천 유치를 추진하는 항공정비(MRO)사업마저 무산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항공정비사업의 경우 정치권에서 사천과 유치경쟁을 벌이는 다른 지역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KAI가 찍히면 사실상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KAI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미 공군 훈련기 대체사업(T-X) 역시 수주 실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사천지역은 항공정비사업 유치를 전제로 KAI 협력업체 수십 곳이 이전했고, 배후지역에 2만여 가구분의 아파트 건설도 진행되고 있다.
만약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고 세계 항공업계에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항공기나 항공기 날개, 부품 수출이 막혀 사실상 국내 항공산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항공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시간 일부 협력업체 대표들은 휴대전화를 아예 꺼버려 연락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천시 항공 관련 관계자는 "사천은 항공산업이 지역 발전의 주동력원인데 KAI와 협력업체가 성장하지 못하면 전체 지역경제가 정지한다"라며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이른 시간에 수사가 마무리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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