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을 찾을 때까지 우물파겠다"…박상기, 검찰개혁 성공할까
공수처 설립·'탈검찰화'·수사권 조정 등 새 정부 중점과제 산적
검찰 내부 개혁동력 살려야 변화 성공…첫 검찰 인사에 관심 집중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박상기 전 연세대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함에 따라 박 장관은 앞으로 법무행정을 이끌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새 정부의 검찰개혁을 실행해 나가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게 됐다.
박 장관이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문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脫)검찰화'다.
그는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달 27일 "그간 학자 및 시민운동가의 경험을 기초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취임식에서도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부단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각계 의견 수렴,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법령 제·개정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도포기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맹자가 어떤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우물 파는 일'에 비유했다며 "우물을 아무리 깊게 팠더라도 샘을 만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둔다면 결국 우물을 전혀 파지 않은 것이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맹자 진심(盡心) 편의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아홉길을 파고도 샘에 다다르지 못했다면 우물을 버린 것과 같다"(有爲者·若掘井, 掘井九·而不及泉, 猶爲棄井也) 라는 구절을 인용한 말이다.
그러나 주어진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 개혁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실패를 되풀이한 데다 장관 한 명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공수처 설치만 해도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현재 국회에는 공수처 설치 입법안이 3건 발의돼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입법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통과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공수처 설치라는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누가 일하고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 '각론'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난도가 더욱 높다. 과거 정부에서처럼 검찰과 경찰이 양보 없이 대립하며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박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설치가 수사권 조정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의 반발 강도가 훨씬 세다는 의미다. 법규를 제·개정하는 등 제도를 다듬어야 하는 측면도 고려한 발언일 수 있다.
법무부 탈검찰화는 박 장관이 권한을 쥐고 풀어갈 수 있는 과제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추진이 가능해 보인다.
앞서 그는 청문회에서 "인권국이나 범죄예방정책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반드시 검사가 보임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전문가 그룹으로 대체해 법무행정이 활발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인 인력·조직 진단을 거쳐 직위별 검사 보임의 필요성을 점검해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장관 취임 후 내달 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첫 검찰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검찰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 등 제도를 정비하고, 검사 징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 인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를 추진하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을 상실했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보였다면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문제는 역대 정부 사례에서 보듯 권력을 쥔 정부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객관적인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인사 원칙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편향된 인사가 이어지거나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검찰 내부의 개혁동력이 떨어지고 결국 개혁이 미완에 그칠 우려가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은 대통령과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의 의지만으론 달성하기 어렵고, 검찰 내부동력까지 가세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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