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절대 지존' 나훈아가 왔다…"이시대 남성 위한 응원가"
11년 만에 컴백…타이틀곡 '남자의 인생'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울림 깊은 음색에 구성진 목소리,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꺾기 창법은 세월을 거슬렀다.
11년 만에 컴백한 '트로트 황제' 나훈아(본명 최홍기·70)가 17일 공개한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에서 변함없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타이틀곡 '남자의 인생'은 경쾌하고 대중적인 멜로디의 트로트로, 남편이자 아버지로 살아가는 이 시대 남자들을 위로하는 노래다.
'광화문 사거리서 봉천동까지 전철 두 번 갈아타고/ 지친 하루 눈은 감고 귀는 반 뜨고 졸면서 집에 간다/ 아버지란 그 이름은 그 이름은 남자의 인생'('남자의 인생' 중)
이 시대 남성에게 보내는 응원가이자 장년이 된 자신의 꿈을 응원하는 듯한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앨범 발매 전 소속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다치고 지친 국민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음악임을 자부한다"는 설명과도 맞닿는다.
나훈아는 최근 복귀를 선언하면서 가슴에 담은 꿈을 세상에 꺼내놓겠다고 밝혔다. 11년 전 마이크를 놓은 이유도 "꿈이 고갈되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심정을 대변하듯 첫 트랙은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연주곡인 '프롤로그. 꿈'이다.
떠나간 사랑에 대한 절절한 아픔을 토해낸 '당신아', 흥겨운 브라스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경상도 사투리로 구성지게 부른 '아이라예(아닙니다)',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죽는시늉', 청춘에 대한 연민을 노래한 마지막 곡 '내 청춘'까지 다채롭다.
그간 대표곡 '잡초'와 '무시로' 등 자작곡을 즐겨 부른 싱어송라이터답게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도 50여 곡을 작곡한 뒤 선곡했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부산 출신인 나훈아는 1968년 심형섭 작곡의 '내 사랑'과 '약속했던 길'로 데뷔해 '천리길', '사랑은 눈물의 씨앗', '임 그리워, '머나먼 고향', '물레방아 도는데', '고향역'을 비롯해 자작곡인 '영영', '무시로', '잡초', '사랑', '홍시' 등을 히트시켰다.
또 그는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한 목포 출신 남진이 월남 파병을 마치고 1971년 컴백하자 숙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가요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씨는 "나훈아 씨는 한국적인 정서가 가장 강한 가수이자 세간의 관심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대형 스타"라며 "트로트의 절대 지존으로서 1970년대 남진 씨와 '귀족풍의 미남 대 야성적인 남성미의 대결', '영호남 간 대결'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우리 가요계가 한단계 발전하는 기폭제가 됐다. 나훈아 씨의 앨범을 계기로 중장년이 부르고 즐길 노래들이 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오랜 시간 왕성하게 활동하던 나훈아가 갑작스럽게 칩거에 들어간 것은 2006년 공연을 마치고서다.
그는 가요계 지인들과도 교류하지 않으며 투병설, 일본 폭력조직 관련설, 신체 훼손설 등의 루머에 휘말렸다. 급기야 2008년 1월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루머를 해명했지만 다시 칩거에 들어갔다.
당시 그는 기자회견에서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꿈을 팔려면 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꿈을 잃어버렸다. 다시 꿈을 찾게 되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라며 활동 중단을 시사했다.
복귀 소식도 지난 4월 갑작스럽게 들려왔다.
새 앨범은 물론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는 컴백 공연도 11월 3~5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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