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SUV 시장 '혈전'…코나·스토닉 가세에 티볼리 새단장
코나 "한달새 7천여대 판매", 티볼리 "판매 영향 없어"…신경전도 가열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 최근 현대·기아차가 각각 '코나'와 '스토닉'을 내놓고 뒤늦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 뛰어들자, 2015년 이후 국내 소형 SUV 시장 성장을 주도한 쌍용차도 '티볼리'를 새로 단장하는 등 수성(守城)에 나섰다.
중국 등 해외시장 수출 감소와 만성적 내수 부진을 겪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그나마 성장 속도가 빠른 소형 SUV 시장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활을 걸고 '혈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 국내 소형SUV 시장 연 3배씩 '쑥쑥'…세계시장도 40%↑
최근 수년간 이처럼 업체들이 앞다퉈 소형 SUV를 내놓는 것은, 당연히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형 SUV 연도별 판매 규모는 ▲ 2013년 9천214대(쉐보레 트랙스 8천64대, 12월 출시 QM3 1천150대) ▲ 2014년 2만8천559대(QM3 1만8천191대, 트랙스 1만368대) ▲ 2015년 8만2천308대(티볼리 4만5천21대, QM3 2만4천560대, 트랙스 1만2천727대) ▲ 2016년 8만6천226대(티볼리 5만6천935대, QM3 1만5천301대, 트랙스 1만3천990대) 수준이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직전 연도의 3.1배, 2.9배까지 판매량이 뛰었다가, 지난해 들어 증가율(전년 대비)이 4.8%로 크게 떨어지며 성장이 일단 정체된 상태다.
세계 시장에서도 소형 SUV 시장은 아직 '블루 오션(경쟁이 심하지 않은 시장)'에 가깝다.2010년 48만5천여 대였던 세계 소형 SUV 판매 대수는 6년만인 지난해 10배 가까운 463만7천여 대까지 불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지난달 13일 코나 발표 현장에서 "(소형 SUV를 포함) 글로벌 SUV 수요는 2010년 이후 7년 연속 늘었고,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특히 소형 SUV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글로벌 메이커(완성차업체)들도 속속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코나 "한달만에 7천여대 판매", 티볼리 "판매에 전혀 영향 없다"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의 잇단 등장으로 소형SUV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쌍용(티볼리)과 르노삼성(QM3)은 내부적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공식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다"며 표정 관리 중이다.
이날 이석우 쌍용차 마케팅팀장은 앞쪽 디자인을 강인한 이미지로 바꾼 '티볼리 아머(Armour)' 출시 행사에서 "소형SUV 시장 규모는 올해 13만∼14만대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나, 스토닉 등 경쟁모델이 출시됐지만, 티볼리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현재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을 대략 ▲ 쌍용(티볼리) 67%(월 약 5천 대 판매) ▲ 르노삼성(QM3) 20%(1천500대) ▲ 쉐보레(트랙스) 13%(1천 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과 이달 차례로 선보인 코나와 스토닉이 '출시 효과'를 업고 얼마나 시장 판도를 바꿀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코나의 경우 초기 성적이 나쁘지 않다. 이광국 현대차 부사장(영업본부장)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한 이후 코나는 지금까지 약 7천 대 이상 팔렸다. 계약자의 45%가 20~30대, 47%는 40~50대였고 여성의 비중이 51%로 집계됐다.
스토닉의 경우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12일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5대, 모두 1천500대 정도 사전 계약이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수위 현대·기아차의 진출이 숨은 수요를 끌어내 시장을 더 키울지, 아니면 자사 또는 경쟁사 준중형 모델 수요를 깎아 먹는 '제로섬' 게임이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코나 '힘', 스토닉 '가성비', 티볼리 '디자인', QM3 '연비'
현재 국내 시장에서 경쟁 중인 4개 대표 소형SUV는 비슷한 20~30대 연령층의 '첫차' 시장을 주로 공략하고 있지만, 내세우는 강점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새내기' 현대차는 코나가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4륜구동 시스템, 멀티링크 서스펜션 등을 갖춰 주행성능이 동급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 홍보와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나 모델에는 최대 출력 177마력, 최대 토크(바퀴를 회전시키는 힘) 27.0kgf·m의 '1.6 가솔린 터보 GDi' 엔진과 최대 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6kgf·m의 '1.6 디젤' 엔진이 얹혔다. 실제로 디젤 엔진만 비교해도 티볼리(113마력)나 QM3(90마력)의 '힘'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아차는 동급 차량 가운데 스토닉이 차 가격과 유지비 등의 측면에서 가장 '경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13일 열린 출시 행사에서도 '국내 디젤 SUV 가운데 유일한 1천800만 원대 가격', '동급 최고수준 연비 17㎞/ℓ' 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현재 1위 쌍용차는 가장 강력한 잠재 경쟁자 코나와 정면 대결하더라도 가격과 공간, 디자인 등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가솔린 엔진 모델끼리 가격을 비교하면, 티볼리의 경우 1천811만 원부터, 코나는 이보다 84만 원 비싼 1천895만 원부터 시작된다.
티볼리의 전장(4천195㎜)과 전고(1천590㎜) 등 크기가 코나(4천165㎜·1천550㎜)를 앞서고, 적재공간(423ℓ)이 코나(360ℓ) 보다 넓다는 점도 우위 요소다.
이날 공개한 '아머' 버전을 통해 기존 귀엽고 여성적 이미지뿐 아니라 남성 취향의 면모까지 보강했다.
르노삼성의 경우 QM3가 이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로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QM3가 세계적으로 소형 SUV '유행'을 일으킨 르노 '캡처'와 같은 모델로, 캡처는 2013년 출시 이후 4년 연속 유럽 동급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켰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특히 르노삼성은 QM3의 월등한 연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QM3 디젤 엔진 모델의 연비는 17.3㎞/ℓ로 같은 디젤 코나(16.8), 스토닉(17), 티볼리(14.7)를 앞선다.
업계에서는 소형 SUV 시장 내 경쟁이 심해지더라도, '코나 효과'로 전체 시장 규모가 더 커지면 '윈-윈'도 가능하다는 낙관적 시각도 있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대표는 지난달 7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 시승식에 단기적으로 (티볼리) 판매에 영향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형 SUV 시장 규모가 커져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hk999@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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