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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떠내려가고, 잠기고 여름장사 망쳤어" 펜션촌 '쑥대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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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떠내려가고, 잠기고 여름장사 망쳤어" 펜션촌 '쑥대밭'(종합)

물 폭탄에 청주 옥화대·괴산 청천 펜션촌 휴가철 맞아 '망연자실'

컨테이너 나뒹굴고 캐러밴 처박혀…"이런 물난리 37년 만에 처음"



(청주·괴산=연합뉴스) 윤우용·심규석 기자 = "아비규환이 따로 없어요. 올여름 장사는 완전히 망쳤습니다"





지난 16일 쏟아진 '물 폭탄'에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대로 이어지는 '여름 관광벨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과 계곡 물에 이 일대 펜션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상인들은 올여름 장사를 완전히 접게 됐다며 망연자실했다.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에서 6년째 펜션을 운영한다는 정모(56)씨는 지난 16일 오전 11시께부터 벌어진 아비규환의 상황을 떠올리며 장탄식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209㎜의 '물 폭탄'을 맞은 펜션 옆 달천이 범람하면서 정씨가 운영하는 숲속 캠핑장과 6개의 숙박동을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덮친 수마에 모든 것이 폐허로 변했다.

캠핑장에 있던 간이매점과 화장실·개수대, 에어 수영장, 샤워장, 야외무대, 실외 수영장, 족구장은 제자리를 잃고 여기저기 나뒹굴거나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물은 캠핑장 위쪽에 있는 방 창문 가운데 높이까지 차올라 이불과 소파, 컴퓨터 등 가재도구도 삼켜버렸다. 방안에서 성한 것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펜션 앞마당에는 어른 발목까지 빠질 정도의 두께로 진흙더미가 쌓였다.

투숙객이 몰고 온 승합차와 캐러밴도 물웅덩이에 처박힌 채 널브러졌다.

물웅덩이에 빠진 승합차는 '빨리 꺼내달라'는 듯 귀가 따갑게 경보음을 울렸다.

손님들이 묵었던 방은 더 엉망진창이다.

탁자와 의자, 옷걸이, 소파, 이불이 진흙을 뒤집어쓴 채 뒤엉켜 널브러졌다. 덩치가 제법 큰 에어컨과 TV만 그나마 제자리를 지켰다.






"이곳에서 이렇게 큰 비 피해가 난 것은 37년 만에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정씨는 "일손이 부족해 어디서부터 복구작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문을 닫았다.

정씨의 아내 최모(42)씨도 "피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인들과 동네 주민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식수는 물론 청소할 물도 부족해 마을 상수원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 부부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청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이모씨와 박모씨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방역작업과 복구인력 지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피해 규모는 큰 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복구작업이 언제 끝날지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달 중순까지 꽉 찬 예약 손님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취소할 계획"이라는 정씨 부부는 "내년 여름 영업이 벌써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 부부처럼 청천면에서 이번 비 피해를 본 펜션 업주가 10여명에 이른다고 군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지역의 펜션이 큰 피해를 본 것은 워낙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내린 데다 그만큼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청천 지역의 민박집은 무려 104곳에 이른다.

괴산군 내 민박집 204곳 중 절반이 이곳에 몰려있다.

이 지역에 민박집이 집중된 것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넓은 숲과 기암괴석의 화양동 계곡 등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 이번에 수마로 인명 피해까지 나 분위기가 더욱 흉흉하다.

지난 16일 다리를 건너던 A(83)씨와 B(75)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7일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옥화계곡과 옥화자연휴양림이 있어 여름철 휴가지로 각광받는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 일대 펜션도 수마를 비껴가지는 못했다.

청주 전역을 휩쓴 물 폭탄 탓에 여름철은 물론 올해 장사를 아예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침수되면서 토사가 내부에 잔뜩 쌓인 펜션이 있는가 하면 건물 일부가 유실된 곳도 있다.

대부분의 펜션은 내장재가 물에 젖어 못 쓰게 되면서 일일이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하천이 범람하고 토사가 유실되면서 간이상수도 공급도 끊겼다.


펜션 주인들은 마실 물도 없어 긴급지원하는 식수를 받으러 나가는 게 일이 됐다.

양택연 옥화리 이장은 "펜션 주인들이 수리할 염두도 못 내고 있다"며 "특별재난지구로 지정되지 않으면 영업을 아예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ywy@yna.co.kr

k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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