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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국가대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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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국가대표 시스템

US여자오픈 1, 2위 박성현·최혜진, 세계 1위 유소연 등 모두 '국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 여자골프는 왜 이렇게 강한가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취재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또 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비롯한 굵직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는다.

제72회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24)이 우승하자 같은 질문이 나온다.

더구나 이번에는 우승자뿐 아니라 준우승자도 한국인이다. 공동 3위 2명도 한국인이다. 10위 안에 무려 8명이 한국인이 포진했다.

이 대회에서만 한국 선수가 상위권을 휩쓴 게 아니다.

현재 세계랭킹 10걸의 절반은 한국 선수다. 세계랭킹 1위 역시 한국인 유소연(27)이다. 30위 이내로 넓히면 12명이 한국 선수다.

한국 여자골프가 이렇게 강한 이유는 조기 교육과 보모의 헌신, 그리고 선수 자신의 열정으로 요약된다.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은 대개 초등학교 4학년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문 선수의 길에 접어든다.

중학생 때 골프에 뛰어든 선수도 드물게 있지만 이들은 "골프 시작이 늦었다"고 말할 만큼 엘리트 선수들은 골프를 일찍 시작한다.

이렇게 일찍 전문가의 길에 들어선 선수들은 말 그대로 골프에 인생을 다 건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 연습은 기본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연습에 몰두하는 삶은 프로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다.

부모의 헌신적 뒷바라지도 유별나다. 자녀를 골프 선수로 키우기 위해 생업도 그만두고 헌신하는 부모는 한국에서는 흔하다.

하지만 한국 여자골프가 강한 이유는 따로 있다.

국가대표 시스템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골프협회가 만든 골프 국가대표 시스템은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숨은 주역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여자골프의 강자들은 대부분 국가대표 출신이다. 현재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과 이번 US여자오픈 우승자 박성현(24), 준우승자 최혜진(17)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현재 국가대표이다. 현역 국가대표인 최혜진은 이번 대회에서 'KOREA'가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박세리(40), 김미현(41), 한희원(39), 장정(37), 신지애(29), 장하나(25), 김세영(24), 이미림(27), 최나연(30), 전인지(23), 김효주(22) 등 LPGA 투어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린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역대 US여자오픈 한국인 우승자 8명 가운데 박인비(29)를 뺀 8명이 국가대표 출신이다.

KLPGA투어에서 맹활약하는 장수연(23), 배선우(23), 이정은(21) 등도 국가대표를 지냈다.

잘하는 선수를 뽑는 게 국가대표지만 한국의 국가대표 시스템은 잘하는 선수를 더 잘하게 한다.

국가대표는 연간 7∼9개월 동안 국가대표 맞춤 훈련을 받는다. 모든 비용은 대한골프협회가 댄다.

장비와 의류, 용품을 공짜로 지원받는다. 훈련 기간에 먹고 자는 데 들어가는 돈도 다 대한골프협회가 부담한다. 골프장 그린피도 무료다. 보름 가량씩 끊어서 하는 이 단체 훈련 때는 90만원 가량의 훈련 수당까지 지급한다.

한마디도 경제적 부담 없이 마음껏 기량을 키울 수 있다.

더 큰 혜택은 최고 수준의 코치진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국가대표 코치는 커다란 명예가 따르기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레슨 프로들이 나선다.

국가대표가 아니라면 한 달에 수백만 원의 레슨비를 내야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코치들이다.

전문 트레이너가 체력 훈련과 몸 관리를 맡아주니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관리를 배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1∼2월이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주로 호주에서 지내면서 훈련뿐 아니라 호주여자오픈, 뉴질랜드여자오픈 등 오픈 대회와 지역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는다.

시즌 중에도 해외 대회 출전 기회가 많다. 4년 동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최혜진은 세계 각국 골프 코스가 전혀 낯설지 않다.

국가대표 시스템의 순기능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혜택을 누리는 국가대표가 되려는 경쟁이 한국 여자골프의 수준을 더 높게 만든다.

국가대표는 8명이지만 대한골프협회는 국가대표 상비군 18명을 따로 뽑는다. 상비군에게는 대표팀 모자와 캐디백만 준다. 대표팀 훈련 때 일주일 정도 합류하는 정도가 혜택의 전부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가 되려는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다.

대한골프협회 오철규 사무국장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국가대표 제도는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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