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中-싱가포르 관계풀릴까…리셴룽 "中 일대일로에 협력"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싱가포르가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와중에 불편해졌던 양국 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1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셴룽(李顯龍·65) 싱가포르 총리는 최근 싱가포르와 중국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한 포럼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에 더 폭넓게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 총리는 "일대일로는 중국이 전 세계와의 연대를 강화해 건설적인 방향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길"이라며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역내 국가들과 더 많은 비즈니스를 하면 싱가포르는 이를 활용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는 글로벌 시스템 안에서 수용되어야 하는데, 나는 이것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며, 역내 국가들은 중국의 번영으로부터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그러나 싱가포르가 일대일로 사업에 어떻게 협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테오 치 힌(張志賢) 부총리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무역항로인 믈라카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통행이 일대일로 구상 아래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싱가포르가 일대일로 구상의 성공을 위한 상품운송과 교류의 거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인 동시에 자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싱가포르가 일대일로 구상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악화일로의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해 남중국해 분쟁에 관해 중국에 불리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나오자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또 남중국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화답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관영언론 등을 동원해 이런 싱가포르 총리의 언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가 미국보다는 중국 편에 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홍콩 세관이 대만에서의 군사 훈련에 참가한 뒤 본국으로 운송되던 싱가포르 장갑차를 압류하면서 양국 갈등이 고조됐다.
더욱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불참했고,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7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중국은 급이 낮은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셴룽 총리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리 총리는 당시 "우리는 남중국해 문제 진행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나는 홍콩 반환 20주년을 축하하는 인사도 건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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