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페더러, 메이저 20회 우승·세계 1위도 보인다
올해 프랑스오픈 건너뛰고 윔블던 제패…세계 랭킹 3위로 도약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가 다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 테니스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2012년 윔블던 우승 이후 그는 지난해까지 4년 넘게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를 늘리지 못했다.
그 사이 페더러보다 6살 어린 1987년생 동갑인 노바크 조코비치(4위·세르비아), 앤디 머리(1위·영국)의 강세가 이어졌고 스탄 바브링카(3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의 기세도 페더러가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 출전 이후 하반기는 부상 때문에 대회에 나오지도 못하면서 '은퇴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페더러는 올해 1월 열린 호주오픈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을 차지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페더러는 3월 BNP 파리바오픈, 4월 마이애미 오픈 등 마스터스급 대회 2개를 제패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4월까지 4개 대회에 출전해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선언한 페더러는 이후 5월 프랑스오픈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되는 클레이코트 시즌을 건너뛰기로 했다.
올해 36세인 나이를 고려, 전성기 시절에도 약세를 면치 못한 클레이코트 대회를 아예 포기하는 대신 자신이 강한 모습을 보여온 잔디 코트 시즌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올해 페더러와 함께 '부활'을 알린 나달이 프랑스오픈을 완벽히 제패했기 때문에 페더러로서는 어차피 프랑스오픈에 나갔더라도 힘만 빼고 말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약 두 달간 훈련과 체력 보강에 전념한 페더러는 6월 초에 코트에 돌아왔고, 올해 윔블던에서는 상대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발휘하며 5년 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윔블던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35세 11개월)을 세웠고, 윔블던 남자단식 8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도 수립했다.
메이저 대회 17회 우승에서 멈춰 설 것으로 보인 그가 2012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18, 19번째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면서 사상 최초의 메이저 20회 우승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는 8월 말 개막하는 US오픈에서도 지금까지 5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3위에 오르게 된 페더러는 올해 호주오픈, 윔블던을 석권하면서 최근 1년간 성적을 토대로 매겨지는 세계 랭킹에서도 1위까지 오를 가능성을 부풀렸다.
특히 페더러가 살아난 올해 조코비치와 머리는 나란히 하락세를 보이며 큰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페더러가 체력을 아껴가며 메이저 대회 위주로 출전할 경우 그의 '은퇴설'은 당분간 쑥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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