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통일운동가·민주투사…'탄생 백주년' 문익환 재조명 열기
유물 2만5천점 수유동 집 박물관 조성…6번 옥살이 기록·'절친' 윤동주 사진
기념사업회 발족 첫 회의…시 낭송회·학술제·음악회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독립운동가이자 통일운동가, 민주주의 투사로 살았던 고(故)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1년 앞두고 그의 발자취를 되새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재야단체와 문 목사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가칭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가 발족해 지난 14일 첫 회의를 열었다.
기념사업 준비위에는 문 목사의 제자이자 재야 지도자인 김상근 목사, 문 목사 조카인 문영미 이한열 기념사업회 학예연구실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첫 회의에서 우선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문 목사 가옥을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문영미 실장은 "내년 6월 1일이 문 목사 탄생 100주년 되는 날"이라며 "뜻깊은 시기를 맞아 단순한 문화행사 등을 여는 것보다는 그의 숨결이 스민 가옥을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것이 가장 훌륭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 목사 가옥은 북한산 자락 아래인 수유동 527-30번지에 있다. 1970년 당시 한신대 교수이던 문 목사가 학교 관사에 살다가 옮겨온 곳이다.
문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가 세상을 떠난 2011년 이후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지난해 이 집을 보존하기 위한 '사단법인 통일의 집'이 만들어져 지금은 김준엽 법인 사무총장이 지키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이 집 대문 위에는 '통일의 집'이라는 현판이 붙어 방문객을 반겼다. 통일의 집은 문 목사 별세 후 박 장로가 붙인 이름이다.
1960년대 상공부가 관사 등으로 활용하려고 일대에 비슷하게 여러 채 지은 '상공부 주택' 중의 하나라고 한다. 원래 붉은 벽돌집인데 1997년 건설 노동자들이 무상으로 집수리를 해주면서 외벽을 흰색으로 칠했다.
잔디가 무성한 앞마당을 지나면 89.97㎡ 넓이의 건물이 있다. 내부는 문 목사 손길이 닿은 온갖 그림, 편지, 소품들로 가득했다.
공간이 모자라 상당수 문서는 선반에 놓인 상자에 담겼다. 호근, 의근, 성근 등 아들 3형제가 머물렀다는 작은방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유물이 2만5천 점에 달한다는데 이를 제대로 수용하기엔 좁아 보였다.
정원철 추계예술대 교수가 제작한 문 목사 초상 판화, 문 목사가 옥살이하면서 받았던 수인번호, 오래된 사진, 감옥에서 박 장로와 주고받은 연애편지 등이 눈에 띄었다.
통일의 집 김준엽 사무총장은 "문 목사는 민주화 운동에 다소 늦게 투신하셔서 딱 18년간 사회운동을 하셨는데 그중 11년 4개월을 감옥에 계셨다"며 "감옥에 있지 않았을 때도 대부분 가택연금을 당해 많은 숨결이 스민 집"이라고 설명했다.
문 목사는 한 살 많은 윤동주 시인과도 절친한 사이였다. 둘이 학창시절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초판본도 집에 남아있다.
문영미 실장은 "문 목사님 아버지인 문재린 목사가 윤동주 시인의 시신을 일본에서 북간도로 모셔가서 장례를 집전했다"며 "두 가문은 북간도에서 새로운 교육공동체인 '명동촌'을 함께 꾸려 우애가 깊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이 집은 지어진 지 50년 가까이 돼 가는 데다 여름이면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피기도 해 유물 보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문 실장은 "한국 민주, 평화, 인권에 큰 획을 그은 문 목사의 유산이 훼손되는 것이 안타까워 몇 년 전부터 집과 유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박물관 조성을 위해서는 방문객용 주차장과 수장고 마련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기념사업 준비위는 통일의 집과 가까운 근현대사기념관, 4·19민주묘지 등을 엮어 민주·인권·평화를 주제로 한 '삼각 벨트'를 조성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또 시(詩) 낭송회와 학술제, 음악회 등을 개최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목사는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인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문을 써서 구속되는 등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6차례 옥고를 치렀고, 1994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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