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 물놀이 사고 잦아…구조대원들 "통제 따라주셨으면"
"20㎜ 비만 와도 급류 형성…'괜찮겠지' 안이한 생각 말아야"
수난 고립 출동에 많은 인력·장비 투입, 위험 무릅쓰는 구조대원들도 고충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여름철을 맞아 물살이 빠르거나 수심이 깊은 계곡·하천에 물놀이하려고 들어갔다 사고를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안전 의식 결여로 발생한 수난·조난 사고가 적지 않다.
비가 오면 급류가 형성돼 위험천만한데도 물놀이 등을 즐기다 화를 당한다. 음주 상태로 물놀이하거나 폭우 등 비상 상황에서 당국의 제지를 무시하는 피서객도 있다.
위험 안내판이 붙은 수심이 깊은 곳에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다슬기를 줍는 것도 안전을 외면한 경우다.
119구조대원들도 고충을 겪는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것은 이들의 의무이지만, 안전불감증이 빚은 수난사고 출동이 잦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충북 옥천군 청성면 보청천에서 물놀이하던 A씨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지난달 25일에는 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천에서 물놀이하던 이모씨와 그의 자녀 등 3명이 급류에 떠내려갔다.
이들은 떠내려가던 중 다행히 하천 가운데 있는 바위를 붙잡아 버텼고, 이를 발견한 인근 주민이 119에 신고해 20여 분만에 구조됐다.
옥천소방서 관계자는 "20㎜가량의 비만 오더라도 하천물은 급격하게 불어날 수 있다. 안이하게 여겼다가는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조난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충북 충주시 수주팔봉 인근 하천에서 지인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던 B씨가 급류에 휩쓸렸다.
충주소방서 관계자는 "우리가 시민수상구조대를 주요 하천과 계곡에 배치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인데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깊은 물에 들어갔다가 급류에 휩쓸린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보트를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인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작업에는 소방차량 3대, 구명보트 1대, 5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지난달 8일에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농다리를 건너던 관광객 C씨와 D씨가 불어난 하천물에 빠졌다. 의용소방대원은 안전을 이유로 C씨 등을 제지했다. 고집을 부리던 C씨와 D씨는 돌다리를 건너다 곧 급류에 휩쓸렸다.
의용소방대원 이승선씨는 "폭우로 하천이 불어나 통행을 제한했지만 소용없었다"면서 "대부분 관광객은 안내를 잘 따르지만, 일부는 통제를 아예 무시한다"고 전했다.
C씨와 D씨는 소방항공대 헬기가 동원된 뒤에야 가까스로 구조됐다.
수난 고립 관련 출동에는 많은 구조 장비와 인력이 투입된다. 구조용 소방헬기는 시·도별로 한두대 뿐이다. 조난자 구조보다 더 다급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출동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남동현 충북소방항공대 기장은 "수난사고는 보통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동하기 때문에 비행에도 위험이 따른다"면서 "인명 구조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스스로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5호 태풍 '노루'(NORU)가 동해 상으로 이동하면서 오는 7∼8일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피서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민수 진천소방서 구조대 팀장은 "하천 통행금지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니 불어난 하천이나 수심이 깊은 곳의 접근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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