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전 민정수석 자필 추정 메모에 무슨 내용 담겼나
유병언 '금고지기' 김혜경 신병처리 방침 언급
김현 전 의원 대리기사 폭행 연루사건 철저 수사 지휘
간첩사건 무죄판결 언급…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로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청와대가 14일 공개한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추정 메모는 총 7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항목은 '김혜경 혐의 관련 신병방침은 대외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선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식'이다.
여기서 '김혜경'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로 추정된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10월7일 미국에서 추방돼 국내로 강제송환됐고, 10일 구속됐다.
메모 내용으로 볼 때 당시 청와대는 이미 김혜경 전 대표의 신병처리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식'이라고 적힌 부분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먼저, 구속수사 방침이 유출되지 않도록 '선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식'으로 연막작전을 펴라는 지침으로 읽힐 수 있다.
반대로 애초 청와대 방침은 불구속 수사였는데 이 방침이 유출돼 '선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지침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음으로 여섯 번째 항목을 살펴보면 '대리기사-남부고발-철저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으로 돼 있다.
이는 당시 김현 전 민주당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이 음주 후 귀가시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가 폭행 시비에 휘말린 사건을 의미한다.
이 사건은 2014년 9월17일 오전 0시40분께 일어났는데 앞서 첫 번째 항목에 김혜경 전 대표의 신병처리 방침이 언급된 것을 고려하면 이 메모는 2014년 9월17일부터 10월10일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의 두 번째 항목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질서가 정립하는 과정의 일(홍보)'이다. 이 부분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세 번째 항목은 '고승국-방송출연-부정적 발언'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으로 추정되는 메모 작성자는 먼저 '고승덕'이라고 썼다가 '덕'자를 '국'자로 다시 썼다.
그러나 '고승국' 역시 정치평론가 '고성국'씨의 이름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항목에는 'JTBC '13. 11. 5. 9시-통진당 해산청구-야권 인사만 참여 편향 발언-방통위-경고·징계, 재심-기각, 소송-방통위 승소'라고 적혀있다.
해당 메모가 가리키는 JTBC 방송은 2013년 11월5일 오후 9시에 방송된 JTBC의 메인 뉴스인 '뉴스룸'을 뜻한다. JTBC 뉴스룸은 현재 오후 8시에 방송되나 당시에는 오후 9시에 방송됐다.
당시 뉴스룸은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 청구…3시간 만에 속전속결'을 첫 번째 꼭지로 보도했고 관련 패널로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출연시켰다.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은 물론, 김종철 교수도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당 방송은 2013년 12월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JTBC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2014년 3월6일 기각됐다. 그러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결국 2014년 9월19일 패소했다.
메모가 작성된 시기로 볼 때 네 번째 항목은 이 과정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 항목은 필적과 함께 메모의 작성자가 김영한 전 수석임을 강하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모 작성자는 다섯 번째 항목 앞에 장(長)이라고 따로 표시하고 동그라미를 쳤다.
이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도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사항은 이렇게 표시돼 있다.
해당 항목은 '일부언론-간첩사건 무죄판결-조선 간첩에 관대한 판사. 차제 정보·수사 협업으로 특별형사법 입법토록→안보 공고히, 부지하세월 당 동원'으로 돼 있다. 다만, '특별형사법'과 '당 동원' 부분은 김 전 수석이 글씨를 흘려 써 정확한 판독이 쉽지 않다.
간첩사건 무죄판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증거를 조작해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를 간첩으로 몰았으나 유씨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오히려 2014년 10월4일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이 기소돼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해당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정치 개입 의혹 사건으로 지목,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항목은 '전교조 국사 교과서 조직적 추진-교육부 외 애국단체. 우익단체 연합적으로-전사들을 조직-반대선언 공표'로 돼 있다.
이는 당시 전교조가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던 정부에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보수단체를 동원해 반대선언을 공표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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