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어머니 삶 오래 기억되길" 자녀들이 장학금 3억 기탁(종합)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후학 양성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던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었을 뿐입니다."
14일 전북대에 귀중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지난 5월 87세를 일기로 별세한 곽봉덕 할머니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어머니의 뜻이었다'며 이남호 총장에게 3억1천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곽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전북대에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던 기금이다.
곽 할머니는 전북대에 장학금 기탁 의사를 밝힌 뒤 약정서까지 작성하고서는 며칠 후 숨을 거뒀다.
장례를 치르고 주변을 정리하자마자 어머니의 약속을 지켜드리기 위해 학교를 찾은 것이다.
가족들은 "어머니는 평소 베푸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며 "마치 꼭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갑작스럽게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가 고향인 곽 할머니는 또 '농사와 공부는 미루면 안 된다'면서 무엇보다 지역에서 인재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거액의 장학금 기탁도 그런 평소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3남 1녀인 자녀들도 누구 하나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새만금개발청 기획조정관으로 일하는 아들 안병주(56)씨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먼저 타계하신 선친께서도 부의 사회 환원에 대한 의지가 강하셨다"며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대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2억원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로 지원하고 나머지 1억 원은 스마트 강의실을 만드는 데 쓰기로 했다.
장학금과 강의실 이름은 고인의 부군 호인 송은(松隱)으로 하기로 했다.
1천만원은 전북대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추진하는 '헌와·헌수 캠페인'에 쾌척해 할머니의 이름이 대학에 영원히 기억되도록 할 계획이다.
장남 안병혁(62) 씨는 가족을 대표해 "어머님이 남기신 고귀한 뜻이 오래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고, 장학금을 받는 후학들도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따뜻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남호 총장은 "고인의 인생이 담겨 있는 고귀한 기금을 기탁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장학금이 더욱 뜻있게 쓰이도록 하고, 그 아름다운 마음이 대학에 길이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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