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삼국유사 숨결이 머문 곳…경북 군위
삼존석굴, 한밤마을 거쳐 화본역에서 추억여행 '제격'
(군위=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팔공산 등 크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경북 군위는 사계절마다 독특한 자연환경을 뽐내는 숨은 보물 같은 곳이다.
1천년 넘게 이 터전에서 삶을 이어 온 군위 사람 면면에는 '삼국유사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군위를 대표하는 유적지로 첫손에 꼽는 것은 고로면 화북리에 있는 사적 제374호인 인각사다.
절이 있는 곳이 기린 뿔에 해당하는 지점이어서 인각(麟角)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고찰이며 남쪽 화산과 북쪽 옥녀봉이 가파른 지맥을 드리우고 있다. 절 앞에는 위천이 흐르고 북쪽으로 학소대가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기품 있는 화산 모습이 상상의 동물인 기린을 닮았다.
일연(1206∼1289)스님이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부터 입적할 때까지 5년 동안 삼국유사를 비롯한 불교 서적 100여권을 집필했다.
일연 스님은 단군신화와 여러 소국 역사를 함께 기록한 삼국유사를 편찬해 우리 민족 자주의식과 혼을 심어주고자 했다.
사찰안에는 충렬왕 21년에 일연스님 불제자인 법진이 세운 보각국사비(보물 428호)와 부도탑이 있다.
부계면 남산리로 자리를 옮기면 석굴암 모태가 된 삼존석굴(국보 제109호)이 있다.
팔공산에서 뻗어내린 바위산 자연동굴 속에서 서기 700년께 만든 삼존불은 경주 석굴암보다 조성 연대가 앞선 것으로 문화사적 가치가 높다.
동굴 안 석불들은 신라 조각예술의 뛰어난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최근 군위에는 일연, 원효 스님과 관련한 테마로드가 선을 보여 눈길을 끈다.
고로면 화북리에 있는 일연 테마로드는 일명 효행의 길이라고 한다.
일연 스님은 나이 70이 넘어서 92세 된 속가의 어머니를 봉양하고자 국사, 국존이란 높은 지위를 마다하고 인각사로 내려왔다.
옴병을 앓는 어머니를 1년 넘게 봉양하며 임종했다.
인각사→전망대→정상→원부도탑지→조형물→징검다리→인각사 구간인 A코스(4.2km)와 일연공원→일연스님 모친 묘소→일연공원을 돌아오는 B코스(2.2km)가 있다.
부계면 동산리에는 팔공산 원효 구도의 길이 최근 열렸다.
팔공산 오도암 일원에 조성한 이 길은 주차장∼오도암∼하늘정원까지 2㎞에 이른다.
오도암, 원효굴, 좌선대 등은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염원해 기도하고 원효 스님이 득도한 곳으로 유명하다.
내친김에 군위읍 용대리 김수환 추기경 생가도 가보자.
우리나라 최초 추기경이고 종교를 초월해 많은 사람 존경을 받는 김 추기경 생가는 초가삼간 옛집에 좁은 툇마루와 낮은 처마가 정감을 더해준다.
역사에서 잠시 벗어나 전통과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은 팔공산 북쪽 자락에 있는 전통마을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길을 자랑한다.
부림 홍씨 집성촌인 이곳에는 200여 가구 주민이 살고 있고 돌담길은 마을 전체를 감싸며 4.5㎞ 굽이굽이 이어진다.
마을 입구에는 140여 그루의 소나무 숲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팔공산 정상에서 발원한 동산계곡은 기암절벽과 암반석이 많아 여름철 피서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산성면 화본리로 발길을 옮기면 누리꾼들이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해 전국에 명성을 얻은 화본역이 있다.
1938년 보통 역으로 영업을 시작할 당시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역 건물과 급수탑이 남아 있다.
경부선 철도 개통 100주년과 현대시 도입 100주년을 맞아 세운 박해수 시인 시비도 있다.
화본역 인근에는 문을 닫은 산성중학교를 활용해 1960∼1970년대 모습을 추억하고 체험해 보는 박물관이 있다.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정겨운 이름이 붙은 이곳에는 난로, 책상, 골목길, 극장 등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아이는 엄마, 아빠 어린 시절 얘기를 듣고, 어른은 옛 기억을 더듬어 보는 아름다운 추억여행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군위읍 서부리에 있는 사라온 이야기마을, 부계면 동산리 팔공산 하늘정원, 고로면 석산리 산촌생태마을 등 군위 자연과 생활터전을 엿볼 수 있는 관광지가 사방에 널려 있다.
군위를 찾은 김에 이로운 대추·사과·한우, 아삭이 오이, 아미산 표고버섯, 자두, 알록이 찰옥수수 등 특산품을 맛보고 직접 구매하면 행복은 배가된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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