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더위, 사람만 힘든 게 아냐"…전국 농가 전전긍긍
과일 농가는 햇볕 데임, 한우 농가는 가축 스트레스 예방 안간힘
작년 막대한 어류 폐사 피해 입은 부산 기장군 양식농가 초긴장
농진청 "작물과 가축에 대한 중점 관리 필요한 때"
(전국종합=연합뉴스) 조정호 정경재 기자 = "가뭄 지나가니 폭염이네요. 앞으로 더 덥다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수은주가 끝을 모르고 치솟는 폭염이 찾아오면서 전국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더위에 민감한 과수와 축산농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일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모(61)씨는 요즘 새벽 5시면 일어나 농장을 찾는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폭염으로 잎과 열매가 타들어 가는 일소(日燒) 피해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일소 현상은 낮 기온이 32도 이상 지속할 때 나타나는 여름철 과수농가의 주요 피해다.
햇볕에 말라붙은 잎과 열매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옆으로 번져 애써 키운 과실의 상품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장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벌써 전국 곳곳이 절절 끓는 폭염으로 시름 하면서 이씨를 비롯한 주변 사과농가의 가장 큰 걱정은 일소피해 여부이다.
이씨는 "아직 7월 초밖에 되지 않았는데 몇몇 나무는 잎이 노랗게 타들어 갔다. 과실까지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기온이 더 오르면 작황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축산농가도 더위가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유독 길었던 폭염으로 전국에서 가축 14만6천 마리가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경험했다.
전북 최대 축산단지로 이름난 정읍에서 한우 100여 마리를 키우는 박모(49)씨는 시간마다 축사 온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일과다.
더운 날씨에는 소가 여물과 사료를 잘 먹지 않아 생육이 크게 저하되는 탓이다.
더위에 지친 소는 체중이 감소하고 심하면 폐사에 이를 수도 있어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박씨는 폐사를 막기 위해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축사 내부에 설치한 대형 선풍기를 가동한다.
이와 함께 축사 주변과 지붕에 시원한 물을 뿌려 지열이 축사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유독 더운 날씨에 소들이 쓰러지기도 했다. 올해는 더 덥다고 하는데 벌써 소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아 걱정이다"며 울상을 지었다.
양식장도 폭염 피해 예방에 분주한 모습이다.
부산 기장군 일대 양식 어민들은 수시로 양식장 수온을 확인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 동해안에 발생한 냉수대로 수온이 16∼17도를 유지해 양식어패류 성장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상 고온현상으로 수온이 29∼30도까지 올라가면서 기장군 양식장 8곳에서 키우던 넙치 3만1천 마리, 강도다리 5만9천 마리, 전복 1만8천 마리 등이 폐사한 적이 있다.
기장군에서 폭염 때문에 양식 어패류가 대규모로 폐사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농촌진흥청은 폭염으로 인한 과수와 가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물과 가축에 따른 중점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고온이 지속하면 농작물은 일소 현상과 시듦, 생육 불량 등의 현상이 나타나며, 가축 등은 질병과 고온에 따른 스트레스로 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햇볕 데임이 많은 과수원은 과실에 봉지를 씌우거나 탄산칼슘 40∼50배액을 과실의 잎에 뿌리면 피해를 완화할 수 있다"며 "가축의 고온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축사 내부의 온도를 낮추고 충분한 물을 지속해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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