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막화] ③ "아이들 건강한 먹거리 위해 오늘도 바닷속으로"
'바다 숲 관리 연구원' 1년 평균 100일 이상 출장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아이들이 우리 바다에서 자란 건강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이달 13일 전남 여수시 오천동 앞바다에서 바다 숲 조성사업 점검에 나선 박소영(36·여)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지사 책임연구원은 작업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늘 한 점 없는 바다에서 바다 숲 조성 업무를 위탁받은 잠수사는 줄에 매달린 곰피를 바닷속에 설치된 인공어초에 옮겨 심었다.
이날 이식을 위해 진도에서 가져온 곰피는 남해처럼 투명도가 낮은 바다에서 비교적 잘 자란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지사는 여수와 고흥 등 전남 남해안과 경남 남해 등 11곳에서 바다 숲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1곳당 160ha 규모로 첫해는 어초를 설치해 숲을 조성하고 3년간 주기적으로 관리한 뒤 지자체에 이관한다.
남해지사에서 생태복원을 맡은 연구원은 9명으로 이들은 사업지를 돌며 모니터링을 하는 등 바다 숲을 관리하고 있다.
바다 숲 1곳당 1년에 10차례 안팎은 점검해야 하니 담당 연구원들은 100일 이상 외지에서 보내는 셈이다.
바다 숲이 조성된 곳은 대부분 섬 지역이 많아 날씨가 좋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해류나 바람에 따라 바다 환경이 영향을 받아 연구원들은 매일 기상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바다 숲 모니터링을 하는 연구원들은 대부분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직접 바다에 들어가 바다 숲이 잘 조성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변화 상황을 관찰한다.
한번 입수하면 1시간 정도 있는데 하루 평균 2∼3번 잠수해야 한다.
바다에서 돌아오면 사무실에서 밀린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야근도 많다.
장욱(32) 연구원은 "예전엔 어르신들이 톳이나 우뭇가사리, 미역을 채취해 힘들게 밥벌이를 하셨는데 지금은 갯녹음으로 많이 없어져 안타깝다"며 "출장이 많아 주말에도 잘 쉬지는 못하지만, 작업하는데 크게 힘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출장을 가면 현지 어민과 주민들에게 바다 숲 조성사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황폐해진 바다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민과 지역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민들도 바다 숲 조성사업에 대해 긍정적이다.
김상곤(64) 어촌계장은 "옛날에는 마을 앞바다에 볼락이나 문어, 해삼, 멍게, 우뭇가사리, 청각이 넘쳐났는데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해조류가 없어서 물고기들이 그냥 지나쳐 갔는데 인공어초가 생긴 뒤부터는 치어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연구원은 "바다 숲은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우리의 수산물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남해 용소리 연안이 바다 숲으로 건강하게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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