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추미애 패싱' 대리사과에 애매해진 秋 대표(종합)
"與대표 체면 구겨" vs "잃은것 없다"…'靑-秋 관계' 우려도
靑 "秋 언급 안했다" 진화…秋측 "충분히 상의한 것"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청와대가 국민의당의 추경 심사 복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대신해 직접 유감 표명에 나서면서 추 대표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국민의당이 추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보이콧에 들어가며 국회가 멈춰섰지만, 정작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당사자'인 추 대표는 옆으로 비켜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추 대표 측에서는 "충분히 상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는 "청와대도 추 대표의 발언을 (대표가 아닌) 국회의원 한 사람의 발언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라며 "추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머리 자르기' 발언 등으로 마음이 상한 국민의당이 '정치적 해석'을 통해 추 대표에게 되갚아준 모양새다.
이처럼 추 대표가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이후 청와대와 추 대표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추 대표 측에서는 임 비서실장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민의당을 찾아가기 전 추 대표와 충분한 상의를 거쳤다면서, 이번 논의에서 추 대표가 배제됐다는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현 대변인은 문자 브리핑을 통해 "추 대표와 전 정무수석 간에 상황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며 "추 대표는 추경에 대한 국민의당의 입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정무수석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대표와는 사전에 얘기해서 (국민의당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 측의 한 관계자 역시 "국민의당이 명분을 얻기 위해 추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가 사과한 것처럼 얘기한 것"이라며 "대화를 더 과장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일이 추 대표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는 국민의당의 공세에도 추 대표 측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있어 추 대표로서는 얻은 것만 있지 잃은 것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추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제보 조작 사태의 진상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 대표는 할 말을 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이 '백기'를 들고 들어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비난 여론에 밀려 의사일정에 복귀하면서, 명분을 찾기 위해 추 대표를 과잉 공격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에서는 추 대표를 겨냥해 '한풀이성' 공세를 펴고 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역시 추 대표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고, 박지원 전 대표도 "대통령도 못 말리는 통제 불가능(uncontrollable)한 사람이라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과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추 대표가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최명길 원내대변인 역시 "청와대도 추 의원의 발언은 그냥 국회의원 한 사람의 발언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이후 청와대와 추 대표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추 대표가 이번 청와대의 대리사과로 체면을 구긴 셈"이라며 "이후 야당과의 협상 등에서도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전 정무수석이나 임 비서실장이 추 대표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당청관계 악화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추 대표와 임 비서실장 간 불편한 관계가 다시 드러났다는 점 역시 당청간 냉기류 확산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추 대표와 임 비서실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선대위 구성을 두고 충돌한 바 있다.
대선 이후인 지난 5월 11일에는 임 비서실장이 국회를 예방했지만, 추 대표의 병원 예약을 이유로 둘의 만남이 불발됐으며 일각에서는 당청간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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