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대회' 남자프로골프 대회에 갤러리는 여자 프로
(사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어머, 저기서 아이언으로 티샷하네!"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오픈 1라운드가 열린 13일 경남 사천 서경타니 골프장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현역 선수들이 대회 갤러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 골프 선수지만 서로 경기를 보러 다니는 일은 드물다. 같은 코치에게 배우거나 학교 선후배를 응원하러 가는 경우는 더러 있어도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은 수십 명의 KLPGA투어 선수가 KGT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같은 서경타니 골프장에서 카이도 남자오픈과 카이도 여자오픈이 열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KGT 카이도 남자오픈은 이날부터 나흘 동안 서경타니 골프장 청룡·현무 코스에서 열리고 KLPGA투어 카이도 여자오픈은 14일부터 사흘 동안 서경타니 골프장 백호·주작 코스에서 치러진다.
카이도 남자오픈 1라운드가 열린 13일 연습 라운드에 나선 여자 선수들은 짬을 내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를 감상한 것이다.
전장이 짧아 파4홀과 파5홀에서 남자 선수들은 거의 드라이버를 잡지 않는 모습이 여자 선수들에게는 화제가 됐다.
빠르고 강한 스윙도 여자 선수들은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의 남자 대회 관람은 짧았다.
다들 다음날 열릴 대회 준비가 더 중요했기에 한두 홀을 지켜보다 여자 대회 전용 연습 그린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회 주최 측은 남녀 선수들 동선이 겹치지 않게 배려했다.
연습 그린이 반대편에 떨어져 있어 남녀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코스에서 가장 먼 쪽으로 주로 다녔다.
다만 클럽하우스 식당에서는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는 남녀 선수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서로 "잘 하라"거나 "지난 대회 때 잘하더라"는 덕담이 오갔다.
어색함이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자 대회보다 상금이 적다는 지적에 한 남자 선수는 "상금이 적고 많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자 선수는 "여자 대회에 갤러리가 더 많이 몰릴 거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던데 여자대회를 보러오신 분들도 남자 경기의 매력을 맛볼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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