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엘 "늘 구부정한 자세, 천민 이선의 위축된 모습 표현"
"배우·가수 계속 병행하고 싶어…재계약은 긍정적으로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천민 이선의 천재성이 잘 부각되지 못한 점, 악역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표현 등에서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 13일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종영한 MBC TV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세자 이선(유승호 분)을 대신해 꼭두각시 왕이 된 천민 이선을 연기한 가수 겸 배우 엘(본명 김명수·25)은 종영 소감을 묻는 말에 몇 번이고 '아쉽다'고 했다. 첫 사극이었던 데다, 맡은 캐릭터도 감정의 폭이 커서 연기하기에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최근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엘은 "연기할 때마다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며 "늘 '다른 감정을 연기했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천민 이선은 확실히 '멋진 놈'은 아니었다. 초반 세자를 대신해 위험을 무릅쓸 때까지만 해도 호감을 샀지만, 점점 가은(김소현)에게 집착하며 세자까지 위협하는 모습에서는 '지질함'과 '불쌍함'이 느껴졌다.
"방송에서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이선이 세자에서 왕이 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잖아요. 대목(허준호)과 대비(김선경) 사이에서 꼭두각시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선은 확실히 천재라고 할 수 있죠."
엘이 강조했듯 천민 이선은 왕이 되고서도 주변의 눈치만 보고 살아야 했던 탓에 늘 구부정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 악역으로 변신하고서는 한참 굽혔던 어깨도 쫙 펴는 등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는 게 엘의 설명이다.
엘은 "실제로는 '거북목 증후군'이 없다. 늘 곧은 자세로 살아왔다"고 웃으며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엘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초반 물고문을 당한 신과 후반 아버지의 원수에게 물고문을 가한 신을 꼽았다. "두 신이 잘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밖에 마지막에 가은을 대신해 죽는 장면, 잠행을 나갔다가 대목·세자와 함께 마주쳤을 때 기지를 발휘한 장면 등도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천민 이선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가면을 쓰고 등장했지만, 내면의 변화를 겪으면서부터는 가면을 벗은 얼굴을 많이 보여줬다.
엘은 "가면을 썼을 때는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연기했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는데 노하우가 생기고 나니 오히려 눈빛과 목소리 연기력이 많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천민 이선이 가은에게 집착한 배경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고, 왕이 되면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왕이 돼서도 그녀의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되니 폭발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립 구도를 형성했던 유승호와도 좋았던 호흡을 자랑했다.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만나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작품에 대한 대화도 많이 했지만, 서로 기르는 반려동물에 대한 것 등 소소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친해졌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2010년 그룹 인피니트가 출연한 엠넷 '인피니트! 당신은 나의 오빠'로 데뷔한 엘은 2012년부터 '엄마가 뭐길래', '주군의 태양',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왔다.
엘은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게 배우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다"며 "특히 이번에는 처음 사극에 도전하면서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년 시청자들에게도 저라는 얼굴을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천민 이선의 테마곡을 직접 불렀듯이 앞으로도 배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인피니트 활동 8년 차에 맞은 울림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부모님들께서 '군주'를 재밌게 봤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앞으로도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OST를 부르면서 더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듯이, 각각의 활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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