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기 8언더파 '예비신랑' 황재민 "결혼 자금 모아야죠"(종합)
캐디 출신 박정호 2타차 공동2위…김승혁 6언더파·이정환 5언더파 추격
(사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2011년부터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뛰는 황재민(31)은 작년까지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다.
두번이나 퀄리파잉스쿨을 치러야 했다. 작년 시즌에 받은 상금 5천352만원이 KGT선수로 뛰면서 올린 최다 연간 수입이다.
하지만 황재민은 한 번도 골프를 그만둘 생각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해저드에서 샷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 선수의 꿈을 가졌다는 황재민은 "골프는 내 직업"이라고 말했다.
황재민은 13일 경남 사천 서경타니 골프장 청룡·현무 코스(파71·6천694야드)에서 열린 KGT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오픈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쳤다.
개인 18홀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리더보드 맨 윗줄을 점령한 황재민은 그러나 표정은 담담했다.
그는 "아직 사흘이나 남았다. 첫날 성적이 잘 나와서 기분은 좋지만 당장 뭐가 이뤄진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황재민은 지난 6월부터 성적이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앞서 6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 컷 통과로 680만원을 버는 데 그쳤지만 최근 4개 대회에서는 모두 상금을 보탰다.
KPGA 선수권대회에서 공동16위에 오른 데 이어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는 공동6위를 차지해 시즌 첫 톱10을 달성했다.
황재민은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 2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식 날짜를 정했다는 황재민은 "시즌 초반에는 가장이 된다는 생각에 부담도 많았다"면서 "요즘은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황재민은 코스 특성과 딱 맞는 경기 스타일도 이날 눈부신 성적을 낸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장타자는 아니지만 정확한 샷을 치는 데는 자신 있다는 황재민은 비교적 전장이 짧은 코스에서 단 두 번만 그린을 놓치는 정교한 샷을 구사했다.
파4홀 11개와 파5홀 3곳에서 그는 딱 절반인 7개홀에서만 드라이버를 잡았다. 나머지는 17도 유틸리티로 티샷했다. 평균 220m가량 날아가는 17도 유틸리티로 티샷해도 그린 공략이 어렵지 않았다. 버디 8개를 뽑아내면서 보기는 하나도 곁들이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에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한다"는 황재민은 "다른 목표는 없고 다만 4라운드 개인 최소타인 18언더파를 깨는데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윤채영(30)의 캐디로 일한 늦깎이 신인 박정호(32)도 6언더파 65타를 때리며 공동2위에 올라 무명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2부투어와 중국 투어를 전전하다 투어 프로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윤채영의 캐디로 방향을 바꿨던 박정호는 "캐디를 하다 보니 다시 투어가 그리워졌다"고 말했다.
작년에 퀄리파잉스쿨 38위로 올해 시드를 따 뒤늦게 데뷔한 박정호는 올해 6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만 컷 통과를 하는 부진을 겪었다.
이날 4개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 7개를 골라낸 박정호는 "큰 욕심은 없다. 올해 시드를 지키는 게 목표"라면서 "퍼트와 쇼트 게임이 살아나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산 9승을 올린 강경남(34)과 올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을 신고한 김승혁(31), 작년 일본 프로골프투어 간사이오픈을 제패한 조병민(28), 2015년 매경오픈 챔피언 문도엽(26) 등이 박정호와 함께 2타차 2위를 달렸다. 프로야구 김용희 전 SK E감독의 아들인 김재호(35)도 6언더파 65타를 몰아쳐 모처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선두를 달리는 신예 이정환(26)은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로 무난한 1라운드를 마쳤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 이형준(25)은 한때 황재민에 1타차까지 따라붙었지만 16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두 번이나 더블보기를 적어낸 바람에 4언더파 67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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