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북핵책임론' 공방 가열…北화성-14형 제재놓고 힘겨루기
美, 中책임론 명분 세컨더리보이콧 카드…中 "미북이 근본모순"
美 독자제재 강화 행보에 中, 미국 겨냥한 비난 수위 높여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제재가 논의중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 발사로 사실상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데 대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목적으로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안보리 추가제재에 명문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중국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원유공급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카드가 북한을 붕괴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보는 중국으로선 저항해야할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듯하다.
지난 4월 마라라고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공조'의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북 제재 미흡을 이유로 중국을 최악인신매매국 지정했는 가하면 대만에의 첨단무기 판매 결정, 단둥(丹東)은행에 대한 독자제재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본격화하자 중국이 '발끈' 대응하고 나서는 등 전선(戰線)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은 중국이 원유공급을 포함해 경제적으로 북한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 탓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다면서, 중국이 제대로 대응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여러차례 핵실험을 통해 탄도미사일용 핵탄두를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이번에 화성-14형이라는 ICBM급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추가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강경입장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러시아와 합세해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탓에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미중정상회담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시 주석을 압박했다.
미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대북 추가제재와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금융기관을 겨냥한 세컨더리보이콧(제삼자 제재)을 할 의지도 비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한 중국 책임론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중국이 북한 감싸기로 일관한 탓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세계를 위협할 수준이 됐는데도 중국이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책임론을 분명히 하고, 세컨더리보이콧을 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 추가제재안을 두고 기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미 행정부는 중국의 북핵문제 책임론과 세컨더리보이콧 단행 가능성을 흘리면서, 중국을 겨냥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 역시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대응하다가 점차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핵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북미 관계에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게 됐다면서 기본적으로 북미 양국이 마주 앉아 관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북핵 책임론'이 아닌 '미국의 북핵 책임론'이 적절하다는 것이 중국의 견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3일 평론을 통해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어 내야 한다"며 북핵 책임론은 미국에 있다고 쏘아붙였다.
신문은 아울러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개별 국가가 중국의 이런 노력에 역행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는 것은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다른 속셈이 있어 책임을 미루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그에 앞서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 대사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의 미중 민간전략대화 축사를 통해 "외교적 담판은 북핵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미국은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고 해서 그 반대 방향인 '전략적 방종'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추이 대사는 그러면서 "한국에 사드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심하게 위협할 수 있으며 대만·남중국해 문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은 미중 간 협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로 미국에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 중국 외교부도 11일 겅솽(耿爽)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의 핵심은 북미갈등이고 본질은 안보문제"라면서 "중국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겅 대변인은 아울러 중국의 북핵책임론을 거론하면서 "그런 주장은 북핵문제에 대해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책임을 미루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러면서 "책임을 남에게 미루거나 등 뒤에서 칼을 꽂아서도 안 된다. 중국이 불을 끄면 한쪽에서 기름을 붓고 대북제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하면 한쪽에선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한다"고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비난했다.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추가 제재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원투 펀치'를 교환하고 있어 보인다.
일단 중국에 대한 최악인신매매국 지정·대만에의 첨단무기 판매·단둥은행 독자제재에 들어간 미국은 중국의 북핵책임론을 명분으로 세컨더리보이콧을 단행할 기세이고, 중국은 그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모양새다.
올가을 대규모 지도부 개편이 이뤄질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정과 외정의 안정을 추구하는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과 대립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이 대북 추가제재의 수위를 높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럼에도 '원유 끊기'로 북한을 압박했다가 북한 체제 붕괴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는 중국이 미국의 대북원유공급 중단 카드를 받기는 어려워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은 기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점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일정수준의 대북 제재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따라서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이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겉으로는 미국과 '강 대 강' 대결을 연출하겠지만, 결국 일정 수준의 대북 추가제재에 수긍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화성-14형을 ICBM급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것도,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염두에 둔 행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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