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탈원전 프로세스는 졸속 포퓰리즘" 여론화 총력전
"대통령 업무지시 따른 중단은 직권남용이자 국정농단"
한수원 이사회서 공사계속 결정 촉구…토론회·항의방문 연일 쟁점화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야권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대 여론 조성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배심원단이 완전 중단 여부를 판단토록 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맞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은 공히 "정부의 공사중단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정책 결정 과정이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공사중단 결정에 필요한 과정을 치밀하게 거치지 않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론화위원회의 판단에 맡긴 부분은 초법적인 국가 행위라는 것이 첫 번째 반대 이유다.
한국당 김태흠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독일은 원전폐지 논의를 본격화한 이후 원전폐지를 선언하는 데 25년이 걸렸다"며 "3~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비전문가 손에 맡기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안전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시공업체에 공사를 중단시킬 법적 근거가 없지만, 대통령의 중단 지시에 따른 후속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사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지시를 내린 것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며 "한수원 사장이 법적 근거 없이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기업에 약 1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배임죄이자 대통령의 배임방조죄"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전체회의에서 이날 한수원이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문제를 결정한다고 전한 뒤 "국민 열망에 맞는 용기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중단되면 관계된 사람은 배임을 묻는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하겠다는 구상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야권의 비판 대상이다.
전날 원전 정책 비판토론회를 개최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서울시만 한 면적이 필요한데 가능하겠느냐"며 "풍력발전 역시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을뿐더러, 경제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 등을 이유로 화력발전에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국제가격 급등 시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LNG 발전은 초극세 미세먼지인 데다 석탄발전보다 2.5배나 배출량이 많아 국민 건강에 매우 해롭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원전 경쟁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원전 공사중단으로 인해 원전 관련 산업의 일자리 감소가 발생한다는 이유도 꼽고 있다.
신규원전 및 기존원전 중단을 선언했던 미국, 영국, 일본, 대만 등도 최근 전력수급 차질과 전기요금 부담 탓에 원전 건설을 재추진키로 결정하고 중지된 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현재 탈원전 정책에 가장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곳은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당내에 탈원전대책특위까지 설치해 관련 토론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지난 10일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또 11일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공론화위원회 중단촉구 결의안을 채택기로 했으며, 12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원전대책특위 위원장인 이채익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농단을 하지 말라고 외친 문재인 정부가 국정 시스템을 이렇게 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다른 야당과 협력해 공동보조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 없는 포퓰리즘 탈원전 정책 바로잡기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채익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땅을 매입하고 추진했는데 180도 급변해 뒤엎는다고 하면 자기부정이고 자가당착"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무대책 7대 포퓰리즘 중 1번으로 꼽히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일부 좌파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탈원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바른정당 역시 전날 김무성 의원이 국회에서, 권오을 최고위원이 경주에서 탈원전 정책 비판토론회를 각각 개최하는 등 반대여론 조성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이 대선 후보 시절 점진적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라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바른정당은 당내에 원전특위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역시 바른정당처럼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정책 프로세스 비판에 방점을 두고 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