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저하 없이 SW 업데이트로 문제 해결' VW 주장에 의문 제기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폴크스바겐(VW)이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문제 해결책으로 내놓은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이후 오히려 오염물질 배출이 더 늘어났다는 증언이 있다고 유럽 전문매체 EU옵서버가 보도했다.
이는 VW 등이 내세운 핵심 대책이 근본적으로 허구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EU옵서버는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자동차 배출가스 실험기관인 '공동연구센터(JRC)가 VW의 SUV차량 티구안에 대해 SW 업데이트 이후 유해가스 배출량을 검사한 결과 업데이트 이전보다 더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익명을 요구한 'JRC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또다른 소식통은 "JRC의 티구안 검사 계획이 있었지만 그 결과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의 다른 소식통은 JRC의 이 같은 실험 결과와 관련한 정보에 대해 '현 단계에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EU옵서버는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집행위는 현재로썬 시장(출시 이후) 감시 검사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SW가 조작된 엔진들을 승인 규정에 완전히 맞도록 개선하겠다고 VW가 약속한 사항의 이행 여부는 면밀히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VW은 자사의 "클린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요소수 장치 없이도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면서도 연비 등 성능은 더 우수하다"고 광고해왔다.
그러나 VW이 자동차 검사소에서 검사받을 때는 배출가스 감축 장치가 작동하고 실제 주행할 때는 감축 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하는 SW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속인 사실이 2015년 미국에서 적발됐다.
이후 VW은 일부 대형 차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차종은 SW를 최신형으로 업데이트하면 배출가스 양과 차량 성능이 유지된다면서 전 세계에서 1천여 만대 차량의 SW 업데이트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따라서 만약 EU옵서버의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문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EU옵서버는 디젤게이트 이후 SW 업데이트를 받은 VW 차량 소유주들로부터 차량의 연비가 나빠졌다는 보고가 무수히 많다고 밝혔다.
또 VW가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속임수SW를 제거할 수 있는지, 만약 SW 업데이트만으로도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일이라면 당초 그런 속임수를 쓸 필요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전부터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VW 측은 지난 10년 사이에 기술이 발전한 덕에 SW 업데이트만으로 연비 등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배출가스는 기준에 맞춰 낮출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의문이 남기 때문에 지난해 1월 영국 하원 청문회에선 일부 의원이 당시 VW 영국법인 사장 폴 윌리스와 엔지니어 올리버 슈미트에게도 이런 질문을 했으나 두 사람은 답하지 않았고 슈미트는 현재 미국에 구금돼 있다고 EU옵서버는 덧붙였다.
한편, 네덜란드 검찰은 일본 스즈키의 자동차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차량 지프도 배출가스 SW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네덜란드 자동차 검사 기관 RDW의 검사 결과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스즈키의 비타라 모델이 도로주행 상황에서 유독물질을 기준치 이상으로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