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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쿠데타 1년]③ 유력 일간지 편집국장 "정권, 쿠데타 정치적 이용"(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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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쿠데타 1년]③ 유력 일간지 편집국장 "정권, 쿠데타 정치적 이용"(끝)

"2년 후 대선 결과 예단 힘들어"…"정의 행진에서 민주주의 희망 봤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뷜렌트 외즈도안(46) 일간 줌후리예트 편집국장 직무대행(이하 외즈도안 국장)은 인터뷰 내내 '공포'와 '압박'이라는 단어를 되풀이했다.

외즈도안 국장이 소속된 줌후리예트는 터키의 첫 근대 신문으로, 공화국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제호를 붙여줬다.

세속주의·자유주의 성향 논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이슬람주의·보수주의 성향 '정의개발당'(AKP)과 대척점에 있다.

터키의 대표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줌후리예트에서 작년 10월말 무라트 사분주 편집국장을 비롯한 베테랑 기자와 아큰 아탈라이 최고경영자 등 간부직원 총 10명이 체포됐다. 이후 체포 인원이 13명으로 늘었으며 그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12일 현재 최장 255일째 갇혀 있다.

외즈도안 국장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11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줌후리예트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그의 뒷편에는 사분주 국장의 얼굴이 사진 속에서 그를 지켜봤다.

외즈도안 국장은 그 사진을 가리키며 "사분주 국장을 비롯해 내 동료들은 정부가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 조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진짜 이유는 그들이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외즈도안 국장과 문답 내용.






--올해 4월에야 공소장 내용이 확정, 공개됐다. 체포 당시 알려진 혐의, 귈렌 연계단체 가입 사실이 소명됐나.

▲ 그러한 근거는 전혀 없었다. 공소장 내용은 대부분 '논조가 반국가적이다'는 식이다. 아무런 혐의점이 없다. 예를 하나 들겠다. 수사 당국이 귈렌 지지자 전용 메신저라고 발표한 '바일록'(ByLock)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바일록은 귈렌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관계일 때 베타버전이 풀려서 귈렌과 무관한 사람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잡혀간 우리 동료 중에는 이 앱 사용자도 없다. 그런데 한 동료의 공소장을 보니 그가 바일록 사용자와 통화를 했다는 내용이 귈렌 지지 증거라고 제시돼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투옥된 12명의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이달 24일 첫 재판이 열린다. 범죄 사실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채 8개월 넘게 인신구속을 한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 변호인만 면회할 수 있다. 1년 전에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가족 같은 동료들인데, 체포된 이후로 얼굴도 못 봤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은 모두 무죄다. 그러나 현재 터키 법정은 법이 아니라 임의로 판결을 하고 있어 걱정이다.






--쿠데타 시도가 있은 지 1년이 됐다. 이후 과도한 사법 조처가 논란이 되지만 쿠데타 저지 자체는 민주주의 승리가 아닌가.

▲ 시민이 쿠데타를 저지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그 후 벌어진 일은 쿠데타가 성공했을 때 일어났을 상황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쿠데타의 실체와 진실이 규명됐다고 보나. 야당 '공화인민당'(CHP)은 '통제된 쿠데타'라고 판단한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쿠데타 방조설에 동의하나.

▲ 정권이 자신의 목적에 쿠데타를 이용했을 뿐 상세한 진실 규명과 공개에 미흡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으니 각종 음모론이 자란다. 우리는 진실을 추적할 능력을 갖춘 기자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들 다수가 감옥에 있다.






--대량 구속과 해고에도 2013년 게지파크(탁심광장) 시위 같은 대규모 반정부 동향이 거의 없었다 . 한국이었다면 가족들이라도 조직적으로 '투쟁'했을 것 같다.

▲ 한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나도 봤다. 용기 있고 대단한 모습에 감탄했다. 지금 터키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공포가, 압박이 너무나 심하다. 불의에 항의하면 그 사람도 끌려간다는 두려움이 팽배하다. 2013년 게지파크(탁심광장) 시위 때 청년 7∼8명이 희생됐다. 책임자들은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나는 걸 목도했다. 그런 경험이 사람들을 침묵하게 했다.







--2년 후 새 헌법에 따라 대선이 치러진다. 누가 당선될까.

▲ 모른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선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누가 앉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해외 언론은 대체로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을 예상하는데.

▲ 한 사람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이 좌우될 정도로 터키 민주주의가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야당 대표가 앞장 선 '정의 행진'을 보지 않았나. 마지막 날 이스탄불 말테페에 운집한 시민들을 보라. 정의 행진은 시민들이 두려워하지만 말고 모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희망이 커졌다.



--줌후리예트 기자들이 외신과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 기자는 질문을 하는 직업인데 요사이 우리 기자들이 질문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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