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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첫 근대학교 개교식 풍경은…121년 전 사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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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첫 근대학교 개교식 풍경은…121년 전 사진 공개

민족자본 설립 개성학교 초기 모습…동창회서 입수해 공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121년 전 부산 최초의 근대학교이자 민족학교였던 개성학교 개교식 사진이 공개됐다.

이 한 장의 흑백사진에는 부산 중구 영주동 산비탈의 초가집과 논밭을 배경으로 흰색 기와로 된 학교 건물 6동과 운동장에 모여 있는 수백 명의 아이와 선생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현관에 걸어둔 태극기가 선명한 학교 건물 왼편에는 이날 행사를 축하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당시 경찰과 기관원들이 도열해 있다.

흰 두루마기 등을 갖춰 입은 학부모와 동네 주민들은 학교 담장 밖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고, 운동장 한쪽에는 동네 꼬마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 반도를 삼키려던 1896년 1월 25일 열렸던 부산 개성학교 개교식 풍경이다.

부산의 선각자인 박기종 선생이 지역 유지, 일본인 교사 등과 함께 한강 이남에서 처음으로 설립한 근대학교인 부산 개성학교는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학교다.

개교식 사진은 부산 개성고 동문인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이 일본에서 어렵게 입수해 최근 총동창회에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이번 사진은 그동안 문헌으로만 전해오던 개성학교의 초기 모습을 해상도 높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개성고 총동창회 측은 설명했다.

사진 속 풍경으로 확인한 부산개성학교 터는 지금의 부산 중구 영주동 봉래초등학교 자리가 아닌 조선 시대 역관(驛館)이 있던 성신당과 빈일헌, 부산항 관리기관인 부산감리서 인근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개성고 총동창회는 다음 동창회보에 1896년 개성학교 개교식 사진을 싣고 옛 개성학교 터에 표지석을 건립하는 등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김수철 개성고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개교식에 참석한 아이들의 표정까지도 생생하게 보일 정도로 고화질 사진이 120년이 지나도록 잘 보존됐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개성학교 개교식 사진은 당시 생활상, 주변 지리 등을 알 수 있는 것 외에도 학술적, 근대사료적 가치까지 지니고 있어 연구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개성학교는 1909년 국가에 헌납돼 공립부산실업학교와 공립부산보통학교로 분리된 뒤 학교를 이전해 지금의 개성고등학교(옛 부산상고), 개성중학교, 봉래초등학교가 됐다.

박재혁 의사 등 부산 독립운동가의 산실이기도 했던 부산 개성학교는 훗날 노무현(53회) 전 대통령을 포함해 신상우(43회), 이기택(43회) 등 많은 정치인과 유력 경제인을 배출했다.


win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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