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던 美태양발전 급정거…전통 발전사들 로비와 맞물려
화석연료 발전사들 막강 자금 업고 주·연방 차원에서 조직적 입법로비
지붕에서 생산해 판 전력만큼 전기요금 상쇄하는 제도 폐지에 초점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에서 태양과 바람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확산에 위협을 느낀 석탄, 석유, 가스, 핵연료 등의 전통적인 발전 회사들의 반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년간 900%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일반 가정 주택의 지붕에 설치한 태양 발전 시설이 올해 급정거하는 양상이며, 거기엔 캘리포니아주 시장의 성숙, 태양 전지판 제조사들의 재정난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화석연료 발전사들의 조직적인 입법로비 활동과 그 시점이 일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자에서 전했다.
이들이 미국 각 주 의회에서 벌이는 입법 로비는 전기요금상계제(net metering)와 같은 태양발전 장려 제도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요금상계제란 일반 가정에서 태양 발전시설로 생산해 쓰고 남은 전기를 발전사들에 팔고 대신 태양 발전이 어려운 흐린 날이나 야간에 발전사들로부터 사서 사용하는 전기 요금을 그만큼 상쇄받는 제도다. 발전사들에 전기요금을 한 푼도 안 내는 경우도 생긴다.
이에 대해 발전사들은 태양 발전시설을 갖춘 주택 소유자들은 전기 사용 면에서 무임승차하는 반면, 태양 전지판 설치를 원하지 않거나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는 제도라며 요금상계제를 공격한다. 전통적인 발전에 드는 거액의 비용을 태양발전 시설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분담함으로써 불공정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올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발전 시설을 갖추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추가되는 비용이 무시해도 좋을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발전사들의 최대 로비단체인 에디슨전기연구소(EEA) 측은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통적 발전사들의 반격은 2013년 시작돼 이미 하와이, 애리조나, 메인, 인디애나 주는 요금상계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결정했으며, 더 많은 주가 태양발전 시설을 갖춘 소비자들에게 요금을 새로 매기거나 더 많은 요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투자자소유 발전사들의 모임인 EEI는 2013년 보고서에서 태양 발전 시설을 갖추는 가정이 늘어날수록 전통적인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덜 사게 되고 그로 인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는 소비자가 적어지면 전기요금이 폭등해 더 많은 가정이 발전사 전기 사용을 기피하게 됨으로써 "(발전사들의) 수입과 성장이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발전사들의 반격은 조직적 입법활동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수진영의 비영리 단체인 미국입법교류협회(ALEC)에 의뢰, 요금상계제 폐지를 위한 표준 입법안을 마련한 뒤 ALEC를 통해 각 주 의회의 의원들에게 회람시켰다.
뉴욕타임스는 발전사들이 각 주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있다면서 정치자금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으나, 인디애나주에서 입법을 주도한 브란트 허시먼 주 상원의원은 정치자금 기부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부인했다.
EEI는 연방 차원에서도 태양 발전 정책을 흔들 태세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EEI 고위 임원 출신으로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브라이언 매코맥이 페리 장관의 지시에 따라 태양 발전, 풍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가 석탄, 석유, 가스 같은 전통적 자원 발전에 어떤 손해를 끼치는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의 실무책임자로 임명된 트래비스 피셔는 지난 2015년 연구에서 청정 에너지 정책을 전력회사들에 대한 "최대의 새로운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오바마 행정부에 관련 정책들의 폐기를 촉구한 인물이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을 원하는 사람들이 반격에 나설 때"라고 그는 당시 연구에서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태양 발전 비용의 급락에 힘입어 280만 가구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기록적인 수준의 15기가와트의 태양 발전 용량을 추가했고, 대규모 풍력 발전 사업도 급성장했으나 이제 "태양 발전은 발전사들의 로비 압박에 침침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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