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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남양호 간척농지 염분 피해…'모내기만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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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남양호 간척농지 염분 피해…'모내기만 세번째'

논물 염도 높아져 모 고사…30개 농가 정부에 탄원서 제출

(화성=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자식 같은 모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어 가슴이 찢어집니다."

경기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 간척농지에서 40년째 논농사를 짓고 있는 김도규(58) 씨는 올해 모내기만 세 번을 했다.

김 씨의 논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1973년 만든 인공호수 남양호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가뭄에도 물 걱정은 없는 곳이다.

올해도 예전처럼 5월 10일 이화리 논 2천 평(6천611㎡)에 모내기를 했다. 그런데 한창 쑥쑥 잘 커야 할 모가 5일이 지나자 빨갛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이 넘어서면서 모두 말라죽어 버렸다.


김 씨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지만, 벼농사를 포기할 수 없어 논을 뒤집어엎고 나서 5월 29일 두 번째 모내기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첫 번째 모내기 때와 마찬가지였다.

이런 피해는 김 씨뿐 아니라 남양호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는 30개 농가에도 똑같이 발생했다.

결국, 참다못한 농민들은 염분이 원인일 것이라고 의심해 화성시 농업기술센터에 농업용수 염분 조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벼농사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염분농도(0.20%)가 측정됐다.

농작물 염해피해에 대한 기준은 1953년 일본이 만든 기준을 참고하고 있는데, 모내기 때는 염분농도가 0.05% 이상이 되면 모가 살기 어렵다.

남양호 간척농지에서는 이보다 4배나 많은 염분이 물에 함유돼 있어 모가 죽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다른 농민 서준식 씨는 "예전에도 가뭄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모를 두 번, 세 번 심은 적은 없다"면서 "바닷물이 유입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호 물을 끌어다 쓰는 논의 벼가 말라죽은 이유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남양호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가뭄과 남양호 상류에 있는 S김치공장에서 나오는 염장배출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S공장은 김치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소금물을 수십년째 배출하고 있으며, 이 물은 모두 남양호 하류로 유입된다.

화성시는 그러나 "김치공장이 벌써 수십 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에만 모가 말라죽은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환경과와 농정과 등 관련 부서가 원인조사와 진상파악을 해보겠지만, 수질 및 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는 염분에 대한 기준이 없어 단속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화성시 농업기술센터는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든 곳에서는 해마다 염분 피해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는데, 올해는 가뭄이 심해 유달리 염분 피해가 컸던 것 같다"면서 "논물을 계속 교체해 염분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농민은 바다와 접하고 있는 수문의 배수관문이 낡고 오래돼 만조시 남양호로 바닷물이 유입돼 염분농도가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두 번째 모내기를 하고 나서 엿새만인 6월 4일 세 번째 모내기를 했다. 25일 만에 무려 모내기만 세 번째 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 비가 많이 내리면서 염분이 많이 희석돼 모가 절반가량은 죽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자라 수확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김 씨를 비롯한 피해 농민들은 염분 피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7일 피해 조사와 원인 규명, 재발 방지를 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와 농림식품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피해보상을 받기 위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 남양호 =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우정면과 평택시 포승면 사이에 있는 인공호수로 농업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1973년 조성됐다. 유역면적은 209㎦, 수면적 8㎦, 총저수량 3천148만9천t이며, 인근 3천448㏊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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