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프로배구단 연고지 이전에 구미 반발
구미시·체육회 "KB금융상품 불매운동 펴겠다"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프로배구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이 연고지를 경북 구미에서 경기도 의정부로 옮기려 하자 구미시, 구미시체육회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구미시 등에 따르면 KB손해보험 배구단은 지난 10일 구미을에 지역구를 둔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에게 오는 13일 연고지를 경기도 의정부로 옮기는 것을 발표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은 10월 14일 개막해 6개월 동안 진행한다.
KB손해보험 배구단은 한국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부터 구미를 연고지로 둔 LIG손해보험 배구단을 2년 전 인수했다. 2년간 계약을 끝내고 최근 연고지 컨설팅과 공모를 거쳐 연고지를 경기도 의정부로 결정했다.
연고지 이전 주요기준은 모기업 이전, 이동 거리, 스포츠마케팅 효과 등 3가지라고 한다. 이 중 이동 거리가 멀고 스포츠마케팅 효과가 낮아 구미에서 의정부로 옮긴다는 게 KB손해보험 배구단의 설명이다.
국내 7개 프로배구구단 중 2개 구단은 대전과 구미에 있고, 나머지 5개 구단은 모두 수도권이란 점에서 KB손해보험 배구단의 입장을 이해할 만 하다.
중소도시 구미에서 스포츠마케팅 효과마저 높지 않은 점도 KB손해보험 배구단이 계약 2년 만에 구미를 떠나는 이유다. 지난 2년간 성적도 7개 구단 중 각각 6위에 머물렀다.
수도권 배구단들이 시즌 6개월 동안 1천∼2천㎞를 이동하는 반면 KB손해보험 배구단은 7천800㎞를 이동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미시와 구미시 체육계는 원망스러움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LIG손해보험 배구단에 10년 동안 연간 2억원씩(체육관 임대료 무료·부대시설 사용료·방송중계권 1억5천만원과 운영비 5천만원)을, KB손해보험 배구단에 2년 동안 연간 2억5천만원씩(운영비 1억원 포함)을 지원했다.
타 구단의 자치단체 지원액이 연간 800만원이하인 점과 비교하면 구미시 지원은 엄청났다.
그 이유는 구미시가 배구 종목에 큰 애정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25년간 LG주부배구대회를 열어 동호인 배구 열기로 가득한 데다 농구와 함께 양대 겨울스포츠로 꼽히는 배구에 시민의 인기가 컸기 때문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배구에 가장 열정을 보이는 곳이 바로 구미"라며 "이런 정서를 외면하고 KB손해보험 배구단이 떠난다고 하니 시, 체육회, 상공계 등이 크게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와 체육회 등은 "사전에 이전할 연고지를 결정하고 형식적인 절차로 의정부를 연고지로 결정한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라"며 "43만명 구미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구미시민은 힘을 합쳐 KB의 모든 금융상품 불매운동을 펼칠 것이고, KB가 지역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단계적인 추방운동까지 전개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현 정부가 추구하는 지방분권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금융 공기업으로 공익을 추구하여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수도권으로 이전하려는 책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영산 KB손해보험 배구단장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며 "매 경기때 관중석 5천500명 중 1천∼2천명에 그치고 구미에 KB지점이 두 곳 뿐인 점도 이전 이유"라고 주장했다.
park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