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나오면 보약" 대장균 검출 '약수' 그냥 마신다
약수 '부적합' 판정 나도 막무가내…등산객 건강 비상
청주시, 미생물 초과 검출 약수터에 살균기 설치 추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음용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으면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인데 그냥 드셔도 되나요?"
"지난 5월에 검사한 결과라는데 그냥 마시는 거에요"
이승훈 청주시장이 최근 청주 상당산성 점검차 등산로를 걷다가 약수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는 한 주민과 나눈 대화다.
이 약수터는 청주 어린이회관에서 상당산성으로 올라가다가 숨이 턱턱 차오를 때쯤 눈에 띄는데, 아쉽게도 대장균이 검출돼 사용금지 조치가 취해진 곳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수질 검사 때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다는 내용과 함께 '음용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시장은 10일 간부회의에서 이 주민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사용금지 조처된 물을 물통에 담아가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신속히 재검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세균이나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으면 마시는 데 이상이 없다는 점을 신속히 알리고, 세균이나 대장균이 추가 검출된다면 불검출 때까지 마시지 못하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약수터에서 세균이나 대장균이 검출된다고 해서 주민들이 이를 마시지 못하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다.
산에서 흐르는 물은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청정수라는 인식 때문에 음용금지 표지판이 부착돼 있어도 수돗물보다 선호하는 주민들도 있다.
먹는 물 공동시설은 일반 세균이나 대장균 등 미생물이나 질산성 질소 등 건강 유해영향물질이 검출되면 사용 중지·금지나 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건강 유해영향물질에 대한 수질 기준은 질산성 질소 10㎎/ℓ, 일반세균은 100CFU/㎖ 식으로 돼 있지만 대장균은 일절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대장균이 1마리라도 검출되면 즉시 사용 중지·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먹는물관리법이나 시행령, 환경부 훈령에는 사용 중지·금지 처분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어정쩡하다. 안내판의 '이용시 주의사항'란을 통해 시설의 사용을 금지토록 조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유일하다.
수질이 기준치에 미달되면 약수터를 이용하지 말라는 표지판을 붙이는 것 외에는 마땅한 규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청주시는 이런 점을 감안, 이용객이 많은 약수터에 대장균이나 세균 등을 아예 없애는 살균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먹는물 공동시설에 살균기를 설치하면 더욱 깨끗한 물을 등산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 국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